몸단장에 열중하는 오리(농123 시리즈 21)

2018. 8. 21. 10:44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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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비바람이 불어 자다 말고 창을 닫고 자야 했습니다.

아마 잠자던 오리들도 비바람에 깜짝 놀라 잠을 깨서 어딘가로 몸을 피해야했겠지요?

목요일, 금요일 이틀동안 태풍 솔릭의 강렬한 비바람 공세가 대단할 거라는 소식에 농123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날지 못하는 집오리니, 하천물이 급격히 불어나면 과연 피할 수나 있을지...

아무튼 오리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천가 이른 저녁 풍경)


지난 일요일, 평소보다 10분 일찍 하천가로 향했고, 

오리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우리를, 아니 기장을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대환영했습니다.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면서 "이건 모델료야!" 했는데, 오리들이 이해했는지 멋진 포즈를 잡아줍니다. 


친구가 기장을 주는 중, 농2의 머리에 기장 알갱이들이 떨어졌습니다. 

친구가 털어주려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놀라서 멈찟 하는 통에 알갱이 몇 알이 남았네요.

오리들이 이토록 근접촬영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을 만지게 할 정도로 경계심을 늦춘 것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서 현명한 태도지요.

누가 밥준다고 마음껏 몸을 만지게 한다면 언젠가 그 일로 목숨을 잃을테니까요.

농2와 농3는 서로 부리로 공격하는 법이 없습니다. 

저렇게 이마를 맞대고 밥을 먹는 중에두요.

중간에 농2가 있고 양쪽에 농1,농3가 자리잡아야 식사시간이 평화로운 것 같네요.

농1이 농2는 잘 공격하지 않거든요.

몸집이 크고 좀 둔한 농1은 식사시간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특히 농3에게서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지요. 

식탐이 많은 농3가 좀 귀찮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1이 농3를 부리로 위협하는 일이 점점 더 자주 눈에 띱니다.

앗! 농2가 빠지면서 농1과 농3가 서로 부딪치기 일보직전.

더 가까와진다면 농1가 농3을 공격할텐데요.

저까지 조금 긴장이 되네요. 

농1의 공격을 받으면 농3는 슬그머니 뒤로 빠집니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식사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절대로 기죽지 않는 농3가 대단해 보입니다.

근성 있는 오리입니다.

농1이 식사를 하다 말고 발로 몸을 긇네요. 

오리들의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리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눈치입니다. 

초상권을 주장하지 않아 좋네요. 


다만 친구가 가끔씩 발을 옮기거나 몸을 움직이면 잠시 고개를 들고 식사를 멈추거나 조금 떨어져 바라보거나 합니다. 

그래도 경계하는 태도는 좀 줄어든 것도 같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농1이 물에서 바로 몸단장을 시작합니다. 

보통 식사를 끝내면 물에서 몸단장을 하고 다시 섬으로 올라가 몸단장을 마저 끝내고 휴식을 취하다가 잠이 듭니다. 

농1의 몸단장을 이리 가까이서 촬영하기는 처음입니다. 

농1의 몸단장은 세심해서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부리를 물에 축여 털을 고르는 동작을 반복해서 합니다. 

몸의 깃털 곳곳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 보이네요. 

그리고 곁에 있던 농2가 입 속에 물을 머금고는 물을 부리 양쪽으로 내뱉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친구는 양치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입을 헹구는 동작이 분명해보이는데, 정말 양치같네요. 


한참 입을 헹구더니 농2이 응가까지 합니다! 

응가장면은 촬영하지는 못했습니다. ^^;


아무튼 식사를 끝내고 몸단장을 하고 양치를 하고 똥까지 누는 모습을 보고 자리를 뜨는데...

농3와 농2가 우리가 머물던 바위를 지나 우리를 뒤따라 풀숲 통로로 걸어나오네요. 

마치 우리를 배웅이라도 하듯이 말이지요. 

어쩌면 우리를 따라 가려고 했던 걸까요?


우리는 오리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서둘러 풀을 헤치고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오리들이 정말 우리를 따라오려고 했던 걸까요?

누군가 이 오리들을 집에서 키웠을테니, 어린시절의 기억이 남아 밥주는 사람을 따라 나설 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생생활이 힘드니까요. 


어젯밤에는 이 오리들을 버린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왜 오리들을 키우다가 버려서 밥을 주게 하고 또 태풍의 비바람에 휩쓸려갈까 걱정까지 하게 하느냐구요. 

다른 야생오리들이야 날아다니니까 혹시 위급한 일이 발생하면 날아서 도망하면 되는데, 

이 집오리들은 물밖을 뒤뚱거리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으니 

물이 급속하게 불면 도망치지 못하고 휩쓸리기 쉽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는 농123를 데리고 와서 욕조와 대야에 한 마리씩 넣어 돌보며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상상을 하네요.

하지만 오리들이 그리 쉽게 잡혀주지 않을테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야생에서 태풍을 처음 맞는 오리들, 과연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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