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오리를 찾아(농123 시리즈 26)

2018. 8. 29. 10:14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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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비가 엄청 쏟아져 내렸지요.

저녁무렵이 되자 오리들이 이 비를 잘 피했는지 걱정이 되서 그냥 있을 수가 없더군요. 

저녁 5시 무렵 하천가로 나갔습니다. 


평소 오리를 만나러 갈 때 이용하는 하천 바로옆 산책길은 물에 잠겼습니다.  

돌다리가 사라졌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하천의 물은 불어나서 흙물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앗! 새가 있네요. 

흰뺨검둥오리!

흰뺨검둥오리를 보니 반갑습니다. 

왜 저기 비를 맞으면서 있는걸까요?

우리 오리들은 날지 못하니까 아마도 저 오리처럼 물 사이에서 오가지는 않겠지요?

벚나무길을 걸으면서 하천을 잠깐씩 내려다 보았습니다.

다리밑도 물이 높아져서 아직 완전히 잠기지는 않았지만 이어지는 산책길은 도저히 걸을 수 없을 만큼 물이 차올랐습니다.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길은 사라지고 안내판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네요.

또 다른 새가 있습니다. 백로네요. 

전날 나무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 어린 백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어린 백로는 이런 광경이 태어나서 처음이라 낯설고 신기해서 하천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농123도 백로처럼 훨훨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나 오리들이 주위를 배회하나 싶어서 오리들을 불러봅니다. 

오리집 근처의 돌다리가 사라졌습니다. 

원래 나무 계단 아래 산책길을 이어주는 돌다리가 있는 곳인데...

망연자실. 

오리섬1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오리섬2,3,4도 모두 사라졌네요.ㅠㅠ

평소의 오리가 머무는 반경은 사진 속 다리를 넘지 않습니다. 

벚나무 산책길에서 하천옆 산책길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물에 잠겼습니다. 

물도 눕고 물에 빠진 나무들도 보입니다.

친구가 곁에서 "황하강 같아..."합니다.

누런 흙탕물이 쉴새 없이 흘러갑니다. 

다리 위에서 혹시 오리가 보이려나 싶어서 멈춰서 하천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고립된 섬에 갇혀 있지는 않겠지...하며..

물을 피해서 옆으로 이동해 숨었을 수도 있을테고...

다리를 건너 다시 상류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평소 오리들이 자주 다니는 범위를 훑어보았습니다. 

어디에도 오리는 보이질 않네요.

다시 오리섬1 부근 돌다리 쪽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돌다리는 보이질 않고, 오리섬도 보이질 않고...

오리들도 보이질 않고....

자전거길은 아직 완전히 잠기지 않았습니다. 


오리는 찾지 못했는데... 점점 배가 고파집니다.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고 다시 하천가로 나왔는데

다리 위에서 오리 섬 주변을 살펴보자 했지만 너무 어두워졌습니다.


친구가 하천에서 헤엄치는 오리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농123는 아니구요, 흰뺨검둥오리!

앞서 보았던 그 오리가 아닌가 싶네요. 


오리는 하천물을 거슬러 올랐다 내려갔다 하며 헤엄치고 있습니다. 

절박한 상황이라기 보다 즐기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비내리는 하천에서 수영하기가 취미인 오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 오리를 보고 있으니 농123도 날지는 못하지만 헤엄쳐서 어딘가 피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위안이 됩니다. 


하천에서 돌아온 후에도 비는 더 거세지고 천둥, 번개까지 더해져서 농123에게는 지난 밤이 무척 힘든 밤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비가 그쳤고 햇살이 다시 반짝여요. 


오후의 비소식이 있긴 하지만 저녁에 다시 한 번 더 하천가를 나가볼 생각입니다. 

혹시나 배회하고 있을지 모를 농123를 위해 기장을 챙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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