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거칠어진 오리?(하천오리 시리즈 33)

2018. 9. 15.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월요일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를 들러서 기장 1.8킬로그램을 샀습니다. 

오리들에게 한 달간 먹일 양입니다. 

햇기장이라 오리들이 맛있어 할 것 같네요.


그리고 화요일 저녁 하천가로 햇기장을 들고 갔습니다. 

하천가 오솔길의 풀들이 거의 대부분 다시 일어섰습니다. 

이제 오리들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아나 봅니다.

부르지 않아도 달려오니 말이지요. 

친구가 기장을 주고 서 있으니 농2가 부리로 위협을 합니다.

마치 "어서 비켜. 밥 먹는 데 방해되잖아!"하듯이요. 

친구는 깜짝 놀란 모습입니다. 

예의를 갖추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던 때문일까요?

배가 고프니 오리들의 성격도 바꿔놓네요.

오리들이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기장을 먹습니다. 

농1과 농2의 깃털이 푸석한 것이 그동안 배고픔과 올여름의 힘든 일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불쌍하네요.

그 만큼 자연은 생명체에게 가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애완동물이 자연에 버려졌을 때 그 고통은 더 클 것 같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오리들을 버린 것일까요?

버리는 사람은 누구고, 돌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무책임한 사람을 뒤치닥거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끝내고 조금 편안해져 보입니다.

오리들이 하천에서 헤엄을 치네요. 

저희가 자리를 뜨니까 오리들이 바로 물에서 나와 올라옵니다.

알고 보니, 한삼덩굴을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곡식도 먹고 풀도 먹고... 균형잡힌 식사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린 백로와 마주쳤습니다. 

무척 사랑스러운 모습입니다. 

알락오리 커플도 보이구요. 

백로도 알락오리도 아름다운 새이지만, 그래도 제가 돌보는 하천오리들이 제일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돌보는 정이 있어서인가 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