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의 텃세(하천오리 시리즈 46)

2018. 10. 2.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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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무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지난 일요일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요. 

기온이 좀더 떨어져서 오리들이 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일요일는 오리들에게 꼭 기장을 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챙겨서 산책을 나갔지요.

앗! 일단 전날 있었던 야생오리가 아직도 하천오리들과 가까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농1과 야생오리는 쉬고 있는 모습인데 농2가 목을 뽑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거예요. 

마치 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기장 줄 사람들 안 오나? 하면서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에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없었지요. 

그동안에도 오리들이 저녁마다 우리를 기다렸을까요?

우리의 모습이 하천가에 나타남을 확인한 농2가 '꽥꽥!'합니다. 

그랬더니 농1도 벌떡 일어나서 우리쪽으로 헤엄칩니다.

앗! 그런데 야생오리도 함께 우리를 향해 헤엄쳐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제만 해도 농1과 농1가 기장을 먹으러 올 때도 야생오리는 멀찌감치 머물며 관심을 그리 기울이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야생오리가 좀 주저하네요.

그러더니 야생오리가 과감히 앞으로 나와서 농2 옆에서 기장을 세 입 먹습니다. 

이에 농2는 너 왜 먹어!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야생오리는 다시 한 번 더 기장을 먹으려고 시도합니다. 

이번에는 농1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야생오리를 내쫓습니다. 

하지만 야생오리는 근처를 배회하면서 아쉬워합니다. 

농1이 계속 눈치를 줍니다.

예전에 농1이 농3에게 눈치를 주거나 공격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그때는 농3이 잠시 자리를 떴다가 같이 끼여서 먹었거든요.

하지만 농1과 농2가 야생오리는 절대 끼워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야생오리는 주위를 배회하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우리는 하천오리들에게 "끼워주지. 같이 먹으면 좋잖아."하고 해보았지만 들은 척도 하질 않네요. 

저녁식사에 초대받지 못한 야생오리는 뒤쪽으로 물러나 새로 생긴 작은 섬(앞으로 오리섬6으로 부를 겁니다)에서 털고르기를 합니다. 

털을 고르는 모습이 하천오리들과 다르지 않네요.

오리들의 털고르기는 모두 닮아보입니다.

야생오리가 털을 고르는 동안 농1과 농2는 열심히 식사에 집중합니다.

농1과 농2는 깨끗하게 기장을 먹고 뭍으로 올라와 왔다갔다 합니다. 

야생오리가 안 됐네요. 

그런데 왜 이 야생오리는 하천오리와 함께 하려하는 걸까요?

혹시 농2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농2의 몸색깔이랑 야생오리의 몸색깔이 좀 닮아 있으니 말이지요. 

앞으로 이 야생오리를 '야1'이라고 부를 생각입니다. 

얼마나 하천오리곁에 머물지 지켜볼 생각이예요. 

과연 야생오리와 하천오리들이 가족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밥도 나눠먹으면서 말이지요. 

우리는 오리들이 식사를 거의 끝낸 모습을 보고 산책을 계속하기 위해 자리를 떴습니다. 

멀리서 오리를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가 머물던 자리로 가서 쭈그리고 앉아 조용히 오리를 구경하네요. 

오리들이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습니다. 

아주머니가 소리를 내지않고 가만히 거리를 두고 지켜봐서 그런가봐요.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오리들이 잘 자나 살펴보았더니, 농1과 농2는 작은 섬, 오리섬6에서 잠들어 있고 

바로 곁에 있는 오리섬5에서 야생오리 야1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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