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텃세는 계속되고 (하천오리 시리즈 47)

2018. 10. 5. 17:06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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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지니가고 기온이 떨어지니까 잠자리를 떨치기가 더 쉽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는 일찌감치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평소라면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데, 잔디깍기의 소란스러운 소음에 '하천가를 산책해볼까? 오리들도 보고...'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거지요. 

오리섬1 끝자락에 농2와 야1이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1은 물 속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지요. 

그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야1이 농2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깃털 색깔도 비슷하니 같은 부류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농2와 야1이 아주 가까이 붙어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이날은 즉흥적으로 오리섬까지 다녀온 것이라 사진기를 준비해가지 못해서 사진은 없구요, 

제 마음 속 깊숙이 아름다운 장면이 저장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려고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지만 너무 산책하는 시간이 길어져 해가 져 버렸지요.

그래서 오리들이 잠들었고 우리는 잠자는 오리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개천절날, 친구가 오전에 하천가 산책을 가자고 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정오가 다될 무렵이었지요. 

햇살이 아름다운 가을날 정오 무렵입니다. 

앗! 하천 바위 위에 낯선 생물이 있네요. 자라일까요? 거북이일까요? 

누군가 또 하천에 이 생물체를 버렸나 봅니다. 또 다른 유기생물이네요. 

자라인지 거북이 인지 그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생명체는 곧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리 세 마리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오리섬 1 근처에 있었습니다. 

왼쪽에서 순서대로 농2, 야1, 농1.

이 오리들이 햇살 아래 헤엄치는 모습이 평화로와 보입니다. 

오리섬 1이 정말로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대략 노란줄 정도 크기였는데 여름에 장마, 태풍으로 토사가 밀려와서 섬이 커져버렸습니다. 

친구는 기장을 오리섬 5 근처에서 주겠다며 오리들을 오리섬 5 근처에서 "오리야~ 오리야~"하며 불렀습니다. 

사진 속에서 멀리 오리섬 1이 보이네요. 

하지만 오리들은 오질 않았습니다. 

오리섬5 근처에는 작은 섬, 오리섬6이 있습니다. 

오리들이 요즘은 오리섬 6에서 주로 잠을 청합니다. 

다시 돌다리를 건너 오리섬 1에 갔습니다. 

오리섬 1에서 먹이를 주기로 했습니다. 

햇살이 강렬하니, 사진 속에서 음영의 대비가 더 분명하네요. 

오리들이 물 아래 물 위에 머물고 있어 어쩌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친구가 기장을 뿌리면서 오리들을 부르니까 오리들이 금방 달려옵니다. 

야1이까지 같이 오네요.

하지만 야1은 농1과 농2가 기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눈치를 봅니다. 

농1의 텃세가 무척 거세군요. 

야1일 물 속으로 도망합니다.

주위를 배회하던 야1이 농2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와서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농1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농1이 야1이 기장을 먹는 것을 알아채고 또 쫓습니다. 

야1은 농1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홀로 물도 마셔보고 헤엄도 쳐보고... 

눈치를 보면서 주위를 계속 배회합니다.

야1의 눈치보기는 계속됩니다. 

이날 야1은 농1의 무수한 공격과 눈치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주위를 배회하면서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하지만 농1의 기세가 등등해서 먹이경쟁에 끼어들기가 쉽질 않네요. 

저는 농1이 야1을 내쫓아서 속상했습니다 .

왜 안 나눠먹는 거니? 욕심쟁이! 하면서 농1에게 뭐라 해보았지만 쇠귀에 경읽기네요. 

눈치보는 야1이 안 되긴 했지만 사람이 끼어들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오리들의 세계에도 서열이 있고 이방인이 있고 텃세가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으니까요.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니까, 기장을 먹다가 오리들이 화들짝 놀라 멀리 헤어쳐 달아납니다.

꼬마 둘, 할머니와 어머니로 보이는 한 가족이네요. 

꼬마들이 "오리다!"하면서 무척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귀찮겠지요. 

친구가 꼬마들에게 여뀌꽃을 주면 오리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줍니다. 

꼬마들이 여뀌꽃을 던져줘도 그리 잘 대응해주질 않습니다. 

이때는 농1과 농2, 야1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군요. 


야1은 과연 농1과 농2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농1의 텃세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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