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를 사랑하는 오리, 기장을 먹지 않는 오리(하천오리 시리즈 63)

2018. 11. 5.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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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가을빛이 아름다운 저녁 나절. 지는 햇살 덕분에 풍경이 더 멋지게 다가옵니다.  

오리들은 어디 있는 걸까요? 멀리 있는 오리들이 보입니다. 

친구가 오리들을 부릅니다. 

달려오다 헤엄쳐오다 하는 오리들을 바라보는데, 

야1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잠깐 낮게 날아오릅니다. 

야1의 나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야1의 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야1은 확실히 날 수 있는 오리인 것이 분명하네요. 

아무래도 야1은 유기오리가 아닌가 봅니다. 


오리들에게 평소대로 저녁 식사로 기장을 주고 기장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셔서는 신기해 하시네요.  

아주머니가 가지고 계신 누룽지를 오리들에게 작게 잘라서 던져주니 오리들이 잘 먹습니다. 

제법 크기가 커서 괜찮을까?생각했지만 쓸데없는 우려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돌도 먹는데 누룽지는 오히려 뱃속에서 소화하기가 어렵지도 않겠지요. 

농2가 누룽지를 더 달라면서 땅으로 올라와서 입을 쩍쩍 벌리며 재촉합니다. 

농2가 누룽지를 달라고 조르는 동안, 야1은 열심히 기장 먹기에 집중합니다. 

농1도 기장 먹기에 집중하네요.

아주머니가 제게 먹으라고 나눠주신 오리들에게 모두 던져주고 말았습니다. 

오리들이 누룽지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다른 유기오리 두 마리가 하천에 무사히 있는 걸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남겨둔 기장을 건네며 오리들을 불러보았지만, 오리들은 다가올 생각을 하질 않네요.

그래서 물 속에 던져주었더니 힐끗 보고는 먹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흙 위에 좀 뿌려서 먹으라고 손짓을 해봐도 꼼짝하지도 않네요. 

역시 먹는 것은 습관의 문제인지...

원래 어미가 먹는 걸 따라먹으며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학습한다고 하니까, 

이 오리들에게는 기장이 낯선 음식이라서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나 봅니다. 


포기하고 돌아서 가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새우깡을 들고 오리를 기다리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 오리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익숙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께 오리가 있는 위치를 알려 주었습니다. 

오리 몸에 좋지 않는 먹거리겠지만 그래도 굶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무래도 이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는 건 어렵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오리들'과 '우리 오리들이 아닌 오리들'로 구분이 되네요. 

결국 농1, 2, 그리고 야1은 우리 오리들이구나,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친구는 모든 오리들의 덕맘이 아니라 우리 오리들의 덕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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