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7. 18:2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
지난 12일 오전 하천가를 걸어 치과를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오후 1시를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거의 2달 만에 치과를 갔으니까 이 길을 걷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지요.
우리 동네쪽 하천가는 길이 눈으로 덮혀 걷는 데 무척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치과와 가까운 쪽 보도는 햇살이 좋아서 눈이 대부분 녹아 걷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리들이 모여서 사는 곳을 지날 때 혹시나 오리들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쇠오리로 보이는 오리가 있군요. 몸의 깃털이 얼룩덜룩한 짙은 갈색인 쇠오리는 암컷 쇠오리입니다.
눈에 앉아 있는 까치들도 보이고 하천에는 청둥오리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청둥오리를 이곳에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이날 늦은 오후에는 함박눈이 엄청 내렸지요.)
하천가에 나온 것도 지난 11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처음이었습니다.
올해 하천가를 처음 걸은 날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오리들의 근황이 무척 궁금했었는데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오리들에게 추위는 큰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오리들이 헤엄치는 하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까치들도 물을 마시러 하천가로 내려온 걸까요?
쇠오리 수컷이 보입니다.
쇠오리는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보다는 몸집이 작습니다.
지난 가을에도 이곳에서 쇠오리들을 만났었는데 그 오리들이겠지요?
왼편의 청둥오리 수컷과 오른편의 쇠오리 수컷의 외모도 몸집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안 보인다 했더니...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었네요.
지난 가을에는 흰뺨검둥오리들의 커플 네 쌍을 이곳에서 만났었지요.
마른 풀 너머로 청둥오리 수컷의 모습을 담아보려했는데... 촛점이 잘 맞질 않았습니다.
자동 카메라라서 제가 마음대로 촛점 맞추기는 힘들거든요.
눈이 계속 날리는 동안에도 오리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수영중입니다.
이날 흰뺨검둥오리 2쌍을 만났습니다.
오리들을 보고 집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내려오는데,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니까 고양이가 '냐옹'하며 도움을 구하는 듯했습니다.
춥고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년 겨울이 끝나갈 즈음에 하천가에서 죽은 길고양이 사체를 여러구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고양이도 어쩌면 올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겨울은 길고양이들에게는 너무 힘든 계절이예요.
길고양이를 뒤로 하고 걷는 데, 마음이 내내 좋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