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라트 로렌츠의 [야생거위와 보낸 일년]

2018. 7. 9. 13:24책/생태계


콘라트 로렌츠(1903-1989)는 오스트리아 생물학자로 '각인'효과를 찾아낸 사람입니다. 

야생거위는 알에 깨어나기 전부터 어미와 소리로 소통하고 알에서 깨어나면서도 어미와 소통하는 데, 이때 그 어미를 평생 따르는 각인효과가 생겨난다고 하지요. 


제가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였지만 읽어야 할 책이 많다보니 자꾸 뒤로 미뤄져서 지금까지 읽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굳이 이 책을 지금에 와서 읽기로 한 것은 동네 하천가에서 만난 세 마리의 오리들 때문이었어요. 

이 오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리들의 습성이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오리를 연구한 책이 있을까해서 찾아보았더니 없네요!

결국 거위나 오리나 비슷한 동물이니 콘라트 로렌츠의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이지요. 


책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흥미로왔습니다. 

책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정도는 수집해도 좋을 성 싶습니다. 

아름다운 거위 사진들이 가득한 데다, 콘라트 로렌츠의 이야기도 재미납니다. 


이 책을 읽은 것이 여러모로 오리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야생거위를 길들여서 친하게 지내려면 함께 산책하고 대화하고 함께 잠을 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아주 가까이서 오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오리들을 자주 만나러간다면 오리들이 저를 기억해 줄 것도 같네요.

먹이를 준다면 더 반갑게 기억하겠지만요.

먹이는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야생상태에서 스스로 먹이를 구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겨울에 먹이구하기가 힘든 것처럼 보이면 먹이를 나눠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2) "내가 번번이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바로 거위들이 저 먼데서부터 나를 향해 떼 지어 날아드는 순간이다. 아무리 되풀이되어도 그때의 감동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저도 콘라트 로렌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천가에서 '오리야!'하고 부르면 오리들이 빠른 속도로 무리지어 달려올 때 얼마나 기쁜지요!

하지만 정말로 나를 알고 달려오는 걸까?하는 의문을 가졌답니다. 

분명한 것은 오리가 제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요.


3) 언젠가 친구의 친구가 청둥오리 수컷 세 마리가 함께 지내는 것을 보고, 한 마리는 숫컷이고 두 마리는 암컷으로 오인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 친구는 오리는 수컷과 암컷이 커플을 이루어 산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청둥오리에 대한 앎도 부족한 상태에서 그냥 청둥오리 수컷을 암컷이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오리들도 거위들과 마찬가지로 숫컷 두 마리, 혹은 세 마리가 커플을 이루어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컷 거위 커플은 오히려 암수 커플보다 거위 공동체 내에서 파워있는 지위를 얻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거위 세계에서 수컷 커플은 정상적인 커플이며, 수컷 트리오 커플도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친구의 친구가 본 오리들도 수컷 트리오 커플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 봅니다. 


4)  “거위들은 딱딱한 각질로 덮인 근육 없는 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작은 돌을 삼켜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성 먹이를 잘게 부순다."

하천가의 오리들이 물 속에서 돌을 삼키는 광경을 보는데요.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거위들처럼 오리들도 위가 근육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돌을 삼켜 식물들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구나, 하는 점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새끼 거위들은 녹색식물을 먹이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구절도 어쩌면 위구조 때문이겠구나, 싶네요.


5) 하천가의 오리들을 보면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몸의 깃털을 털고 고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깃털의 방수력을 유지하기 위해 깃털을 문질러 정전기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꽁지의 기름을 바르는 것만이 아니라 정전기를 유지하는 것이 물 속에서 젖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는 법이라는 것이지요. 


6) 거위가 낯선 곳을 싫어하듯 오리도 낯선 곳을 싫어할 것 같습니다 .

오리들은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특별한 이유가 생기지 않는 한 자리를 잘 옮기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을 싫어하고 겁이 많아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 잘 때 꼭 하천의 섬같은 곳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더라구요.

잠자는 동안 다른 동물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하천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이지요. 


7) 오리들이 무척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가 지기 직전, 해가 진 후에 산책을 주로 하다 보니 오리들을 그 시간에 만나게 되는데, 

해가 지기 직전에 물 속을 헤엄치면서 먹이를 구합니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와 깃털의 물기를 털고, 정성껏 깃털을 고릅니다.

그리고 잠을 청합니다. 이때는 해가 진 시간이지요. 

항상 변함없는 이 삶의 리듬을 놓고 저는 오리가 참으로 매일매일 같은 삶을 사는 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이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생명체더라구요. 


콘라트 로렌츠는 거위를 보면서 우리가 휴식과 잠을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일상적 리듬을 타는 법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쉬어할 때를 모르고 과도하게 놀거나 일을 하는 등.

잠을 자는 시간도 밤과 낮의 리듬을 잘 타지도 못하구요. 


콘라트 로렌츠의 [야생거위와 보낸 일년]은  제가 관심이 있는 오리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콘라트 로렌츠가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적으면서 이 포스팅을 마감합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뿐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가정 및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다른 동물들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애착을 갖고, 지속적인 우정을 맺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자연과 동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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