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0. 10: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일요일 초저녁, 오리들을 만나러 간 하천가에는 오리들은 없고 왜가리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왜가리의 늠름한 모습은 언제 봐도 훈훈합니다.
오리섬 1, 오리섬 5,6을 거쳐 오리섬3에 이르렀지만 오리들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리야~오리야~" 불러봐도 대답도 없네요.
좀더 아래로 아래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새하얀 백로를 만났습니다. 참 아름다운 새입니다.
계속해서 내려가다 쌍개울 다리 아래서 흰뺨 검둥오리 커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오리들은 어디에도 없네요.
다시 턴해서 반대편길로 올라오면서 살펴보았습니다.
도대체 오리들은 어딜 간 걸까요?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시 오리섬 가까이로 오니 좀전에 보았던 왜가리가 서 있을 분이네요.
오리 세 마리가 한꺼번에 없어지다니, 벌어지기 어려운 일인데... 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습니다.
친구가 "오리들이 있다!"하며 돌다리를 건너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친구의 오리부르는 소리에 오리들이 알아듣고 헤엄쳐 오네요.
얼마나 반가운지요.
그러면 그렇지...
오리들 세 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지긴 어려운 일이지... 하며 서둘러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오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농1, 농2, 야1의 순서로 달려오네요.
오리들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오리들도 우리들이 반갑겠지요?
아니 기장이 반갑겠지요...
야1도 이제 당연하다는 듯이 기장먹기에 끼어듭니다.
일부러 친구가 기장을 넓게 펼쳐서 주는 것도 모두 야1이 농1의 공격을 피해 좀더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야1은 그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자꾸 농2 쪽으로 다가가면서 먹습니다.
농1에게 곧 들켜서 혼이 날텐데 말입니다.
정말 답답한 일이네요.
야1이 기장을 먹는 것을 눈치채며 농1의 공격이 거셉니다.
그래도 야1은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 눈치를 보면서 열심히 기장먹기에 동참합니다.
야1은 농1이 왼쪽으로 다가오면 오른쪽으로 가고
오른 쪽으로 다가오면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야1을 감시하느라 농1이 농2에 비해 덜 먹게 될 것 같네요.
야1의 깃털이 참 아름답습니다.
도대체 무슨 오리일까요? 잡종인 듯.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의 잡종인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야1은 잠시 기장 먹기를 중단하고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다른 먹이에 집중하는 척 해봅니다.
농2는 농1만큼 거친 공격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야1이 자기 가까이 다가오면 기장을 먹을 때는 눈치를 줍니다.
농2가 눈치를 주니 야1은 재빨리 자리를 피합니다.
그런데 야1이 농1과 농2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네요...
농1에게 또 공격을 받을텐데...
아무튼 이날 야1은 기장을 먹기 위해 분주하게 도망다니면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먹는데 성공했습니다.
정말 생존능력이 대단합니다.
농1의 지치지 않는 텃세도 대단하구요...
오리 세 마리를 금방 발견하지 못해 가슴을 졸이던 것도
텃세에도 굴하지 않고 부지런히 기장을 먹는 야1의 모습을 보다 잊었습니다.
이 날도 오리 세 마리가 무사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행복한 일요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