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와 등대, 제주의 작은 어항 곁을 지나며

2018. 10. 13. 11:28그냥 담아두기

지난 9월 초 제주도를 들렀을 때였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올레길을 실컷 걷고 오고 싶었지만, 일을 하러 가기도 했고 컨디션도 나빠서 올레길을 몇 걸음 밟아보는 것에 만족했답니다.

올레길 19번의 끝자락에 위치한 함덕 해수욕장에서 18번길을 향해 조금 걸어올라가 보았습니다.

배들이 정박된 곳을 지나가게 되었지요. 

배에는 전구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오징어잡이 배일까요? 갈치잡이 배일까요? 

야간에 일을 하는 어부들의 배로 보입니다. 

작은 선박들이 쉬고 있는 어항의 풍경은 마음을 평화롭게 해서 좋아합니다. 

서양의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평화로운 노년을 항구에 정박한 배에 비교했다지요?

바다에서 비바람과 싸우는 배가 아니라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확실히 편안한 모습입니다. 

프랑스 브르타뉴의 소항에 정박되어 있는 작은 배들과는 확실히 다른 배들이네요. 

그 배들은 여행자들의 배로 좀더 느긋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히는 등대. 

무인등대겠지요? 야간에 불만 밝혀두는 표시판 역할을 하는 등대같아요. 

요즘에는 사람이 지키는 등대는 거의 사라지고 자동으로 야간에 불을 밝히는 무인 등대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멀리 등대가 보이고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이 바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누군가 여기서도 기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작은 돌들을 겹쳐 쌓아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하나 봅니다. 

그 만큼 현실이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점차로 멀어져가는 등대, 잔잔한 제주 바다, 현무암들... 

이날 제주의 풍경이 한가롭고 좋았습니다.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