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0. 11:58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목요일,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가는 김에 오리들에게 밥을 주고 가기로 했지요.
'자주'라는 말이 무색하게 역시 4일만에 먹이를 주네요.
일단 세식구 오리들을 만나러가는 길에 유기오리 커플에게 누룽지를 주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 커플 오리들이 사는 곳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이 오리들을 알아서 헤엄쳐 옵니다.
누룽지를 던져주었습니다.
기장은 먹지 않아도 누룽지는 잘 먹군요. 다행입니다.
압력밥솥에 밥을 짓고 다시 데우면 자연히 누룽지가 생겨요.
전자렌지나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으니 겨울에는 누룽밥을 많이 먹게 됩니다.
올겨울에는 유기오리들과 나눠먹게 되겠네요.
이 오리들은 세식구 오리들에 비해 몸이 많이 여윈 느낌입니다.
아니 야생오리의 몸집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지난 여름 처음 보았을 때는 통통했었는데 말이지요.
야생살이가 쉽지 않은 티가 납니다.
근처에서 희뺨검둥오리 커플을 만났습니다.
그 자태가 얼마나 고운지! 참 아름답네요.
이런 야생오리들은 사람 곁으로 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야생오리의 건강함이 눈부셔서 잠시 지켜보았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백로가 보입니다.
원래 여름철새인 백로가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는 요즘 우리 하천가에서 지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물론 백로가 텃새가 된지 오래이긴 하지만...
이 백로는 유독 추위를 잘 안타는 걸까요?
겨울 추위에도 애기똥풀이 노란꽃을 피웠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섹식구 오리들 곁에 다다랐을 때 멀리 농1과 농2가 눈에 띱니다.
농2는 물 위를 헤엄치고, 농1은 작은 섬위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곁에 있는 새가 야1인가 했더니 아니군요.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야1은 어디간 걸까요?
친구가 오리들을 부르기도 전에 눈치챈 농2와 농1이 달리듯 헤엄쳐오고
어느새 야1도 서둘러 동참합니다.
셋이서 달려오는 모습이 언제 봐도 귀엽네요.
친구가 기장을 다 뿌려줄 때까지 조금 떨어져서 안절부절 못하면서 이 오리들은 기다립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근처에서 흰뺨검둥오리가 배회하네요.
우리 오리들이 뭘 하나? 궁금한 걸까요?
평소대로 야1은 농1과 거리를 두고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앗! 농1이 벌써 알아챈 것 같습니다.
농1의 텃세를 피해 기장 먹는 자리를 피해버린 야1.
아마도 아주 배가 고프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왼편에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야생오리들은 이 유기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동안에도 이쪽으로 절대 다가오지 않습니다.
기장먹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야1이 좀 안 돼서 야1이 있는 쪽에 누룽지를 던져주었더니
농1과 농2가 어느새 알아채고 기장먹기를 중단하고 달려헤엄쳐오네요.
누룽지를 더는 주지 않으니 다시 세식구 오리들이 기장먹기를 계속합니다.
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동안 주변 풍경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다시 농1의 텃세가 이어지니 야1이 다시 자리를 피합니다.
저는 오리들을 두고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한겨울을 향하는 자연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오리들에게 누룽지를 다시 던져주었습니다.
누룽지가 확실히 기장보다 맛있는 모양입니다.
더는 줄 누룽지가 없어 주지 않으니 농1은 바로 기장을 먹으러 돌아옵니다.
기장을 먹다가도 다시 누룽지가 어디 없나 찾으러 다니는 오리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야1과 농2는 기장을 먹으러 돌아오지 않고 물 속에서 무얼 먹는지...
농1은 기장 먹기를 계속합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둬야 해 하는 모습같아 보입니다.
오리들을 두고 돌아가는 길에 흰뺨검둥오리 커플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나름대로 먹이를 구해서 살아가는 이들 야생오리가 참으로 대견합니다.
이들은 추운 겨울날 무얼 먹고 사는 걸까요?
오랜만에 오리섬1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름내내 푸르른 풀들이 무성하던 곳인데 풀들이 추위에 모두 쓰러져 있네요.
겨울은 오리들의 계절이긴 하지만 영하 10도 아래도 기온이 내려가면 오리들도 춥지 않을까요?
오후 4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 사진 속에서는 벌써 어둠이 느껴집니다.
요즘 해가 5시가 조금 넘으면 지니 4시경만 되도 빛이 부족해지는 시간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