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식성도 다양하다(하천오리 시리즈 73)

2018. 12. 24. 22:25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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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후, 하천을 찾았지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하천가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다시 날씨가 추워졌지만 어제는 바람이 좀 불긴 해도 오후는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하천가 마른 풀 사이사이 녹색빛의 풀들이 보였습니다. 

유기오리 커플들이 지내는 곳에는 흰뺨 검둥오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평소 유기오리 커플에게 누룽지를 던져주는 자리에 흰뺨검둥오리가 꼼짝않고 있었습니다. 

유기오리 커플이 아주 가까이 오질 않네요.

흰뺨검둥오리가 자리를 잡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할수 없어 누룽지 한 두 조각 던져주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야생오리인 흰뺨검둥오리에게 먹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야생오리들은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새들이니까요.

오리 세식구가 지내는 곳으로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내 오리들을 발견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오리들을 찾은 터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좋았습니다. 

멀리 친구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농1, 농2, 야1이 순서대로 헤엄쳐 옵니다 

그런데 어제는 기장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비둘기 때문에요. 

당분간 오리들에게 누룽지나 삶은 멸치 등을 물에 던져주기로 했지요. 

비둘기에게 식량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할 수 없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장을 주지 않으니 오리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않습니다. 

준비해간 누룽지, 멸치를 주기에 앞서 찐 단호박 조각을 던져주었더니 오리들이 선뜻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호박을 계속 던져주니 농1이 먹기 시작하네요.

하지만 야1은 먹을 생각을 하질 않고 농2는 한 번 먹어보더니 별로 맛이 없는지 먹으려 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멸치를 던져주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멸치가 날려서 원하는 대로 던지기가 쉽질 않았습니다. ㅠㅠ)

그런데 멸치 조차 농1과 농2는 선뜻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야1은 던져주는 대로 멸치를 날름날름 맛나게 먹네요. 

결국 멸치의 대부분은 야1이 먹고 농2이 뒤늦게 좀 먹었지만 농1은 먹질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리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않아서 멀리까지 던져야 했어요. 

멸치를 다 먹었을 때 누룽지를 주려고 했지만 야1은 누룽지를 먹질 않네요. (평소에 잘 먹었는데 말이지요.ㅠㅠ)

농2가 조금 먹었고 농1도 먹질 않습니다. 

도대체 평소 잘 먹던 멸치나 누롱지 조차 잘 안 먹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기장을 주질 않아 우리를 평소 먹이를 주는 덕맘으로 생각하질 않고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았습니다. 

학습을 통한 습관이 무섭구나 싶었습니다. 

오리들이 멀찌감치 가서 몸단장을 시작하네요. 

누룽지 주길 포기하고, 남은 단호박을 농1에게 먹이자 싶었습니다. 

야1은 멸치를 충분히 먹었고 농2도 멸치와 누룽지를 어느 정도 먹었지만 농1은 훨씬 경계하면서 둘다 먹질 않아서요. 

단호박은 농1이 먹었으니 좀더 먹이고 싶었어요. 

할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농1을 향해 단호박조각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농1이 단호박을 잘 먹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던진 단호박 조각이 두 번 농1의 몸에 떨어졌습니다. 

농1을 깜짝 놀라게 해서 미안했지만 농1은 몸에 맞고 떨어진 단호박을 경계하지 않고 물 속에서 찾아 잘 먹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야1도 단호박 맛을 알았는지 단호박먹기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멸치도 단호박도 배불리 먹은 야1은 무척 신나는 모습으로 통통거리면서 헤엄칩니다. 얼마나 귀여운지요.

농2는 단호박을 조금 먹긴 했지만 그다지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근처에서 청둥오리 커플이 헤엄쳐 다닙니다. 

유기오리커플 주변에는 흰뺨검둥오리떼가 머물고 있었는데

오리 세식구 근처에는 청둥오리 커플이 머물고 있네요. 

오리에게 단호박을 어느 정도 먹인 후 포기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 번에는 오리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기장을 들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해가 지기 직전 늦은 오후에는 비둘기도 보이질 않으니 괜찮을 것도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기오리 커플이 머무는 곳 근처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한 아주머니가 먹이를 주고 계셨지요. 

길고양이에게 주다 남은 오뎅을 오리들에게 주었는데 부족한 것 같아 다시 먹을 것을 챙겨서 나오셨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앞의 오리 두마리(유기오리커)가 먹이를 독점하고 다른 오리들(흰뺨검둥오리들)이 먹이를 먹지 못한 것이 안 되서 다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오리들을 구분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흰뺨검둥오리는 야생오리라서 먹이를 줄 필요가 없지만 버려진 집오리들은 먹이를 잘 구하지 못하니 먹이를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집오리와 야생오리를 어떻게 구별하냐 물으셔서 알려드렸지요. 


아주머니는 겨울철에 버려진 동물들을 만나면 마음이 안 좋다면서 

제발 겨울철에 동물 좀 버리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지요. 

겨울철만이 아니라 언제건  제발 동물들 좀 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좀전에 유리오리들 앞에서 먹이주길 기다리던 흰뺨검둥오리로 보이는 오리가 유기오리 커플 뒤쪽에 있는 틈을 타서 

유기오리들에게 남은 누룽지를 더 나눠주었습니다. 

오리들이 배가 고팠는지 정말 잘 먹네요. 

여름에 버려졌을 때보다 참 많이 말랐다 싶습니다. 

유기오리 커플이 사는 곳에는 야생오리들이 떼를 지어 몰려 있군요. 

세어보니 흰뺨검둥오리가 7마리, 청둥오리 커플, 그리고 유기오리 커플이 어우러져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어제는 오리들이 찐 단호박도 먹는다는 것, 하지만 오리들 하나하나가 식성이 꼭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농1은 단호박을 좋아하지만 농2는 단호박을 싫어하고 특히 누룽지를 좋아한다는 것.

야1은 누룽지를 좋아하지 않고 멸치를 좋아하고 단호박도 잘 먹는다는 것. 


사람이 그렇듯, 오리들도 개성이 있고, 식성도 다양하네요. 


어제 단호박밖에 먹지 못한 농1은 아마도 밤에 배가 고프지 않았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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