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비둘기를 내쫓다(하천오리 시리즈81)

2019. 2. 9.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지난 1월 마지막 날,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날은 목요일로 한 주의 거의 한복판에 위치한 날입니다. 

일요일날 오리의 생깜으로 당황했던 우리들은 오리밥 주는 날을 주중으로 결정했고,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천산책을 하기도 하고 그 중 오리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니

한 주에 한 번, 주중에 오리밥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유기오리 커플이 우리를 발견하고 부지런히 다가옵니다. 

오리들이 만든 물결이 지는 햇살에 비쳐 아름답네요. 

유기오리들 뒤를 따라 야생오리들, 특히 흰뺨검둥오리들이 따라옵니다. 

오리들에게 누룽지를 던져주는데 누룽지 하나가 오리 등에 떨어졌어요.

가끔 먹이를 던져주다 오리 등에 떨어질 때가 있는데, 오리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마침 등에 누룽지가 떨어진 오리가 그 누룽지가 미끄러져 내려오자 뺏기지 않고 바로 먹어치워 다행이네요. 

오리들이 누룽지를 더 달라고 조르는 듯합니다.

유기오리들이 누룽지를 먹고 있는 동안 주위를 배회하는 흰뺨검둥오리.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크게 담아 보았습니다. 

야생오리들의 자태는 집오리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비록 집오리들이 덜 예쁜 모습이더라도 이미 친해진 이 오리들이 더 사랑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풀들이 누렇게 메말라 지는 햇살을 받는 모습이 한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걷다보니 어느덧 오리 세 식구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리섬1에 도착하기 전부터 오리들이 어디 있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합니다. 

청둥오리들만 보이네요. 

앗! 오리 세 식구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를 발견한 오리들. 

그런데 왜 농1과 농2,야1이 서로 떨어져 오는 걸까요? 

농1이 잠시 기다리는 듯합니다.

농1의 물에 비친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납니다. 

결국 농2가 1등!

친구가 물가에 기장을 뿌려주는 동안 조금 떨어져서 기다리는 오리들, 익숙한 광경입니다.

멀리서 누군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네요.

친구가 자리를 뜨면, 농1과 농2, 지체없이 기장을 향해 달려옵니다.

야1은 거의 항상 조금 늦습니다. 

야1도 은근슬쩍 기장 먹기에 동참합니다.

셋이서 어우러져 기장을 먹는 모습이 사이좋아 보여 보기가 좋습니다. 

농1의 야1 구박이 조금 덜해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농1의 야1에 대한 텃세는 결코 중단되지는 않네요. 

덜 심한 정도라고 할까요.

오리 세 식구가 자리를 이리 저리 옮겨다니면서 기장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오리들의 기장에 관심을 보입니다. 

비둘기의 등장에 오리들보다 우리가 불안해집니다. 

기장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비둘기가 살짝살짝 앞으로 이동해서 오리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습니다.

그리고는 주변에 흩어진 기장을 겨냥해서 먹기 시작합니다.

비둘기는 오리들의 눈치를 보면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기장을 먹습니다. 

오리들은 기장을 먹다 물을 먹다 하기 때문에 기장에서 조금 떨어져 물가로 시선을 향할 때가 많습니다.

비둘기는 그 틈을 놓치지 않는 거죠.

농2는 비둘기의 끼어들기가 못마땅한가 봅니다.  

오리들의 눈치를 보면서 점점 더 오리들 가까이 이동해서 기장먹기 대열에 끼어들려고 하는 비둘기.

결국 농2가 비둘기를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내쫓습니다. 

농2야, 정말 잘 했어!!!

농2가 비둘기를 쫓아줘서 내심 만족했습니다. 

오리들의 양식을 비둘기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요.

결국 비둘기는 농2에게 쫓겨 기장 먹기를 포기합니다. 

야1은 농1의 텃세에 밀려 기장 먹기를 포기하고

비둘기는 농2의 공격에 기장먹기를 포기하고 

결국 농1과 농2 유리오리 둘이서 기장 먹기를 계속합니다. 

끝까지 기장을 먹는 농1과 농2가 사랑스럽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오리 세 식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 식구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오리들이 한 차례 기장을 먹기를 끝내고 물로 돌아갔을 때

이제 친구가 누룽지를 주섬주섬  꺼냅니다. 

틈만 노리고 있던 비둘기는 오리가 떠난 물가로 다시 돌아와 남은 기장을 남김 없이 먹어치웁니다.

친구가 누룽지를 던져 주고 오리들은 물 에서 누룽지를 받아 먹거나 물 속에 떨어진 누룽지를 찾아 먹습니다. 

오리들이 누룽지를 먹는 동안, 비둘기의 식사는 계속됩니다. 

농1과 농2가 열심히 누룽지를 먹는 동안 야1은 누룽지에 큰 관심은 없습니다. 

홀로 뭔가를 찾아 먹지요. 

친구가 오리들에게 누룽지를 주는 동안 저는 멀리 청둥오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청둥오리 숫컷 세 마리가 어울려 있네요. 

암컷은 어디로 갔을까요?

다들 각자 나름대로 저녁식사 중입니다 .

이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비둘기는 계속해서 식사에 열중하고 있고,

식사를 끝낸 오리들은 한가로이 물 위를 헤엄칩니다. 

오리들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곧 평화로운 밤을 맞이하겠지요. 

오리들은 오늘도 무사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