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0. 15:03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금요일(3/15) 늦은 오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리밥을 주기로 했지요.
덕맘인 친구를 기다리느라 오리 세 식구를 만났지만 모른 척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이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리들은 평소 먹이를 주는 곳 근처까지 와서는
뭍으로 올라와서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습니다.
농원과 농투가 풀을 먹으니 야일도 슬그머니 뭍으로 올라와서 풀 먹기에 동참합니다.
농원과 농투가 풀을 열심히 먹는 동안 야일은 조금 먹더니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오리들이 물가로 내려갑니다.
저는 모른 척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리들은 저를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요.
계속 길가쪽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주변을 살펴보았다가 하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더 굵어지고 친구가 언제 올지 몰라서 일단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기로 했습니다.
오리들이 맛나게 기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혼자서 주변을 둘러보며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오리들의 기장 주위를 배회합니다.
오리들은 참새를 알아채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기장 먹기에 바빠서요.
하류쪽을 바라보니 하늘이 점차 어두워집니다.
하지만 아직 빗줄기가 굵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상류쪽도 하늘이 하얘졌네요.
그 와중에 계속 참새가 왔다갔다 합니다.
요즘 부쩍 야일이 식사 중에 농투를 쪼거나 물거나 하는 거친 행동을 보여서인지
농투는 조금 먹다가 물 위에 흘러가는 기장을 먹으러 자리를 뜨곤 합니다.
버들강아지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집니다.
오리는 비 따위 신경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생존을 위한 식사가 더 중요할 따름이지요.
멀리 친구가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친구에 앞서 한 부부가 나타나서는 오리들에게 과자를 줍니다.
아주머니는 조리퐁을 주면서 이야기가 많으시네요.
농원과 농투가 과자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야일은 쉽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아저씨가 야일을 향해 과자를 던져줍니다.
농원과 농투가 던져주는 과자를 먹으려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야일이 잘 먹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농원과 농투를 '돼지'라고 부르면서 구박을 하시네요.
하지만 야일은 과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훨씬 경계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거지요.
우리는 아무런 말 없이 부부와 오리들을 그냥 가만히 곁에서 지켜만 보았습니다.
부부도 떠나고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비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빗속에서도 식사를 중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거센 비를 피해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하천가 오솔길이 아니라 포장된 산책길을 이용해서 돌아가는 중에 천둥 번개가 무서울 정도로 기세등등했지요.
우산이 바람에 뒤집힐 정도로 바람이 거세졌습니다.
눈을 동반한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가는 도중 혹시나 하고 하천을 내려다 보면서 유기오리 커플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왜가리가 눈에 띠었습니다.
친구 말이 유기오리가 잡아 입에 물고 있는 물고기를 왜가리가 낚아챘다는군요.
저는 그 광경은 보지 못했습니다.
동물의 세계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남의 양식을 뺏어먹고 남을 먹지 못하게 공격하는 일이 흔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식량 얻기가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거센 비바람 속에서 물고기를 빼앗긴 오리들이 불쌍했습니다.
우리는 천둥번개,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하천가로 내려가서 돌다리 위에 오리들을 위한 먹이를 주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나쁘니 오고가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돌다리 위에 놓아둔 기장과 누룽지를 오리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조금 지켜보다 얼른 집으로 돌아갔지요.
집에 도착하니 세찬 비바람도, 천둥번개도 약해져 옷이 온통 젖어 있는 우리 모습이 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몇 십분동안의 악천후였다니! 정말 당혹스럽더군요.
어쨌거나 오리들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오리들은 다들 무척 배가 고파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