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알 미스터리(하천오리 시리즈115)

2019. 4. 26. 21: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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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4/22), 평소보다 좀 늦은 시간에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오리들의 식사시간이 좀더 뒤로 갔으리라 추측해서였지요.

이날은 동번과 서번을 찾기가 쉬웠습니다. 

밥돌 근처에 서 있으니 알아서 헤엄쳐왔거든요.

서번이가 먼저 알고 달려왔습니다.

무척 배가 고픈 모습이었습니다.

허겁지겁 잡곡을 먹는 오리들이 보기 안타깝네요.

그런데 서번이는 아예 밥돌 위로 올라가서 먹습니다.

동번이는 물도 먹어가면 먹는 데 반해서 서번은 물도 먹질 않고 잡곡만 계속 먹습니다.

잡곡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인듯.

귀여운 강아지가 밥돌 근처에 다가오니 동번이는 그리 긴장하지 않는 데 반해서

서번은 겁이나서 도망칠까하다가도 잡곡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강해서인지

한 바퀴를 계속 빙글빙글 돕니다.

그만큼 배가 고프다는 뜻이겠지요. 

잡곡을 순식가에 먹어치우는 동번과 서번을 두고 우리는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일단 습지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리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오리섬1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앗! 농원의 머리가 오리섬 1 근처 돌다리 위로 삐죽 올라와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요!

친구가 오리를 부릅니다. 

그런데 오리들이 들은 척도 하질 않습니다.

친구는 큰 목소리로 계속 오리들을 부르지만

오리들은 보지도 않고 돌다리 사이를 통과해 가버립니다.

농원이와 농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물풀을 먹다가 헤엄치다가... 합니다.

대답 없는 오리들 때문에 친구가 지쳐보이네요. 

물 속으로 고개를 파묻고...

나름의 식사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포기를 못한 우리들은 농원이와 농투는 두고 야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밥주는 곳 근처 물 속에서 알을 발견했습니다.

친구는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물 속에서 알을 꺼내기로 했습니다. 

분명 오리알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누가 알을 낳을 걸까요?

현재 오리 세 식구가 있는 주변에는 다른 오리들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농원? 농투? 야일? 

모두 수컷 오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꼬리가 위로 말려올라간 야일이 아니라면... 농원? 농투의 알?

알을 풀 속에 숨겨두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갈까봐서요.

멀리 야일의 모습이 보입니다. 

비록 숨겨두긴 했지만 누군가 이 근처에 다가오다가 알을 밟을까봐 염려가 되네요.

친구는 뜬금없이 알을 가져가서 먹자고 합니다.

그동안 잡곡을 그리 먹여서 키웠으니 알이라도 챙기자면서요.ㅠㅠ

농담이겠지요...?

알을 숨겨두고 그냥 떠나기로 하고 야일 근처로 이동해보았습니다. 

친구도 야일도 홀로 서 있는 동안, 도대체 농원과 농투는 어디 있는 걸까요?

야일이 울기 시작합니다. 

우리를 본 걸까요? 

그랬더니 농원이 먼저 헤엄쳐 오고 뒤늦게 농투가 움직입니다.

오리섬 2에 농원이 올라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이동을 하니까...

이번엔 농투가 먼저, 그다음 농원, 그리고 야일이 뒤따릅니다. 

평소대로 잡곡을 잘 먹는군요.

그런데 좀전에는 왜 우리를 못본 척 했을까요?

아니면 오리들이 우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 걸까요?

야일이 농투를 성가시게 구니까 농투는 야일을 피해서 물에 떠내려간 잡곡을 따라 이동합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야일이 농원을 심하게 물고 부리로 찌르면서 공격을 합니다. 

야일이 정말 세졌군요. 

결국 농원이 자리를 피합니다.

농원이 야일을 피해 자리를 떠나고

농투도 자리를 피해 떠나고...

농투는 물로 깃털을 씻으며 몸단장을 하고

농원은 물 속에서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먹습니다. 

야일은 오리섬5에서 홀로 머물면서 무언가 먹기를 계속합니다. 

그런데 야일이 다리를 저네요. 예전에도 야일이 다리를 전 적이 있었는데...

혹시 주변에서 헤엄치는 잉어들에게 발을 물린 걸까요?

어느덧 오리 세 식구가 모두 오리섬5에 모여듭니다.

농원이는 물로 깃털을 닦는 몸단장을 하고, 농투는 뭔가 땅바닥에서 먹는 듯하고, 야일은 딸꾹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혼자서 잡곡을 독차지하려고 욕심을 내더니... 너무 서둘러 많이 먹은 모양입니다.

야일이 너무 살이 쪘다 싶네요. 

신기하게도 이 날, 야일은 물가의 뭍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농투가 뒤따라가서 야일 곁에 자리를 잡습니다. 

농원 혼자만 오리섬 5에 남네요. 

낯선 풍경이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 친구가 오리알을 다시 원래대로 물 속에 두고 오자고 합니다.

그래서 오리알을 물 속에 두었습니다. 

오리알이 물 속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오리가 알을 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집오리는 알을 품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거든요.


아무튼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 오리알을 누가 낳았는지?

그리고 누군가 오리알을 낳았다면 오리 세 식구 가운데 누가 암컷 오리인지?

오리알을 정말 돌볼줄 몰라서 버린 것인지?

오리알이 다음날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지?

농원과 농투는 왜 처음에 우리를 모른 척 한 것인지? 아니면 못 알아 본 것인지?

야일은 왜 농원까지 심하게 공격하기에 이르렀는지?

농원만 두고 농투는 왜 야일 곁에 머물길 선택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머릿 속을 파고 들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습니다.

결국 이런 질문들의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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