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에게 하루 두 번 밥준 까닭 (하천오리 시리즈 124)

2019. 5. 25. 07: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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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월요일, 다시 오리들을 찾았을 때도 여전히 동번이와 서번이는 다리 밑에 있었습니다. 

목요일(낮최고 30도), 금요일(낮최고 32도)에 비하면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았지만 

오리들은 다리 밑이 시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오리들을 부르니, 오리들은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몰라 두리번 거렸습니다.

오리들이 잡곡을 땅에 뿌리는 우리를 발견하고 재빨리 달려옵니다.

그리고 허겁지겁 잡곡을 삼킵니다.

동번이와 서번이도 제법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동번이보다 서번이 예민하고 겁이 많나 보네요.

계속 주변의 소리를 의식하면서 먹다 말다 하는 모습이...

요즘은 백로도, 터오리 이외에는 다른 오리들도 거의 없는 하천이라서 

왜가리가 유독 눈에 띱니다.

오리섬1에 농원과 야일이 있군요.

농투는 물에 있구요.

야일의 목소리는 농원, 농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으면서도 연약한 소리를 내는 모습이 좀 얄밉군요.

물론 야일이 농원이나 농투에 비해서 한참 어리니까 이해해야 할까요? 

야일이 다시 농원과 농투 사이로 끼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별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런이런!!!

야일이 농투와 농원을 마구 부리로 찌르고 물어뜯네요.

특히 농원을 심하게 공격합니다.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농원이 결국 자리를 바꾸네요.

농투와 농원이 머리를 맞대고 사이좋게 식사를 하고 야일은 혼자 떨어져 식사를 합니다.

농투가 야일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식사를 하니 야일이 또 농투를 쪼지 않을까 불안했는데, 

그런 일은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오리는 눈을 감지 않나? 궁금했는데, 오리도 눈을 감긴 하네요. 

오리들이 서로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자리를 옮긴 농원이 

다시 왼쪽으로 자리 이동을 했습니다. 

농원과 농투가 서로 부리를 맞부딪칠 것만 같습니다. 

둘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식사를 합니다. 

이번에는 농투가 야일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곤 하는데, 

돌다리가 가려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리섬1에 풀들이 빽빽히 자라올랐습니다. 

다시 식사하는 오리들로 시선을 돌립니다. 

식사하는 오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야일이 식사를 끝내고 풀 속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농원과 농투는 계속해서 잡곡을 먹습니다.

야일은 풀뿌리가 있는 진흙 속을 파헤치며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풀뿌리를 먹는지, 아니면 진흙속 곤충을 먹는지... 아무튼 뭔가 먹을거리가 있나 봅니다. 

참 야무지게도 먹는다 싶습니다.

이번에는 농원도 물가로 다가와서 뭔가를 먹습니다. 

농투도 따라옵니다. 

그런데 농투는 조금 먹는 시늉만 하다가 다시 되돌아옵니다.

뭔가 먹을 것을 더 달라는 농투의 몸짓은 언제봐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더 주지 않으면 금방 포기하고 돌아갑니다. 

야일과 농원은 물가 풀뿔리 근처에서 나름의 식사를 계속합니다. 

농투는 잡곡먹기를 계속합니다. 

이제 오리들의 저녁 식사도 슬슬 끝이 나고 있습니다. 

잡곡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오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 밑에서 다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가지고 갔던 누룽지를 더 주었습니다. 

동번이와 서번에게 누룽지를 더 준 것은 오리 세 식구에 비해서 몸집도 현저히 작고 

특히 서번이 동번에 비해서도 마르고 약해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오른편에 있는 짙은 색깔 깃털이 동번, 

왼편의 옅은 색깔 깃털이 서번입니다. 

두 오리의 몸집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보입니다. 

서번을 보면 올 여름의 무더위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그래서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먹이를 좀더 주고 싶었던 겁니다. 



요즘은 동번과 서번을 좀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올라가는 기온에 오리들이 다들 더위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오리털패딩 입고 여름을 난다'고 상상해보면 이 오리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짐작해볼 수 있겠지요.

게다가 오리들은 우리 인간과 달리 땀구멍이 없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 열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어려우니 

그 어려움을 인간인 우리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잘 먹고 체력을 키우면 좀더 잘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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