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 13:22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목요일(5/30)에는 발 다친 오리, 농원에게 소염제 먹이기는 포기하고, 한삼덩굴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아주 무덥지 않고 바람도 불어 오리가 회복되는 데 날씨가 아주 나쁜 편은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가기 전에 큰 다리1 밑에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우리를 알아보는 것인지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서번이 표가 나게 동번보다 작다 싶군요.
게다가 서번은 뭔가를 충분히 먹은 것 같은데 동번은 그 만큼 먹질 못한 것 같습니다.
친구가 잡곡을 오리들에 뿌려주고 잠시 지켜보고는 서둘러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구멍이 뚫린 신발을 신고 왔는데, 동번과 서번을 남겨두고 떠날 때 하천에서 균형을 잃어 신발에 물이 들어가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하천물이 좀더 불어난 상태라서 주의가 필요하네요.
오리 세 식구에게 오리섬2에서 잡곡을 뿌려주다 보니 건너편 오리섬1 바윗돌 주변에 어떤 남자분이 앉아 있네요.
저 사람은 왜 우두커니 저기 앉아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오리 세 식구의 모습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농원이의 발은 얼마나 나아진 걸까요?
오리가 잡곡을 먹는 동안 한삼덩굴을 찾아서 잎을 잘라 농원에게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삼덩굴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네요.
겨우 찾은 것이 사진 속 한삼덩굴.
신기하게도 한삼덩굴이 줄기째 쑥 따라옵니다.
누군가 이미 잘라둔 것이었어요.
나는 운이 좋다 생각하며 줄기째 한삼덩굴을 가지고 하천으로 내려갔습니다.
친구가 한삼덩굴 잎을 끊어 오리들에게 주려고 다가가니,
고개를 숙인 탓인지 오리들이 모두 도망가 버립니다.
앗! 오리섬2에 흩어져 있는 있는 한삼덩굴 줄기들...
친구말이 하천 가꾸기라고 적혀 있는 붉은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이 한삼덩굴을 제거하는 작업중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건너편 바위돌에 앉아 있는 아저씨도 한삼덩굴을 제거하다가 잠시 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 시에서는 한삼덩굴을 유해식물로 규정해두었습니다.
그리고 하천가 한삼덩굴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이런... 농원에게 한삼덩굴을 먹여야 할 시점에 한삼덩굴 찾기가 어렵게 되다니요!
친구가 농원에게 던져준 한삼덩굴 잎이 빠른 물살을 따라 흘러갑니다.
아깝군요!
한삼덩굴을 인간, 특히 농사짓는 사람들은 농사를 망치는 나쁜 식물로 생각하며 무조건 제거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변현단의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들녁, 2011)]에서 한삼덩굴(저자는 이 식물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환삼덩굴이라고 쓰여 있다.)이 토끼, 돼지가 무척 좋아하는 풀이라 합니다.
돼지, 토끼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오리들도 무척 좋아하는 풀예요.
어려서 버려졌을 때도 봄에 이 한삼덩굴을 무척 즐겨먹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우리 오리들은 어렸을 때 이 풀을 즐겨먹었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요?
농투는 던져준 한삼덩굴 잎을 거의 먹지 않았지만, 농원은 비교적 잘 먹습니다.
한삼덩굴은 1년생으로 번식력이 대단하고 작은 식물을 감아올려 생장에 방해를 합니다.
하지만 삼과의 식물로서 잎, 줄기, 열매가 병을 예방, 치료제로서의 효과가 있다구요.
특히 혈압강하제, 해열제, 이뇨제, 소화제, 소염제 효과가 있다네요
곪은 종기를 낫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답니다.
농원이 한삼덩굴을 먹으면 발이 낫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한삼덩굴을 구해 주려고 했는데...
유해식물이라고 제거작업을 하다니...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물론 한삼덩굴이 군락을 이루면 뱀이나 쥐의 서식처가 되어 사람은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식물생태보감]에서 말하듯, 한삼덩굴을 뽑아서 태워서 약을 쳐서 제거하려는 발상은 잘못이지요.
한삼덩굴이 자라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리들에게는 좋은 먹이감이라서 오리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한삼덩굴의 개체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농투만 남아서 잡곡을 먹고 야일은 벌써 떠났고, 농원도 자리를 떴습니다.
야일과 농원은 한바탕 헤엄을 치고 오리섬 2 풀이 무성한 구석진 곳에서 쳐박혀서 무언가를 계속 먹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얼 먹고 있는 걸까요? 궁금하지만... 농원이 요즘 부쩍 야일을 따라 먹이를 스스로 찾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어쩌면 발이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되는 먹거리를 스스로 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농투가 농원과 야일 곁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농투가 앞장서서 다시 하천을 헤엄쳐갑니다.
평소라면 농원이 제일 선두겠지만, 발이 아픈 요즘은 농투가 선두일 때가 많습니다.
농원은 절룩거리면서도 헤엄칠 때 많이 기우뚱거리지는 않습니다. 기운이 있네요.
한삼덩굴을 먹으러 오라고 친구가 열심히 오리들을 불러보지만...
들은 척도 않고 가버립니다.
맞은 편 물가에 앉아 쉬던 아저씨가 뽑아 던져둔 한삼덩굴을 주워오겠다면서 친구가 건너편으로 갔습니다.
오리들이 놀라 달아납니다.
친구가 한삼덩굴을 주워오는 동안 오리들은 오리섬1로 이동합니다.
친구는 한삼덩굴을 뿌리째 물 속에 던져두었습니다.
오리들이 먹기 쉬우라구요.
하지만 오리들은 오질 않고... 좀전 아저씨가 앉아 있던 곳에서 다른 먹이만 찾고 있습니다.
농투는 떨어져서 꽁지를 들고 머리를 물 속에 박고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아무래도 오리들은 한삼덩굴을 먹으러 올 생각이 없나 봅니다.
왜가리가 성큼성큼 물속을 걸어옵니다.
요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 어린 왜가리입니다.
오리를 기다리다 지쳐 지나가는 왜가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성큼성큼 걸어서 하천을 가로질러 잉어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걷고 있는 왜가리의 검은색 뒷머리 깃털이 흔들리는 것이 멋져 보입니다.
농원이 잠깐 들러서 잡곡을 더 먹고 갑니다.
한삼덩굴도 조금 먹구요.
발이 여전히 아프니 한 발로 지탱하면서 먹습니다.
하지만 훨씬 힘이 나아졌어요.
오리들이 다시 만나서 헤엄을 칩니다.
이제 식사는 끝이 난 것인지...
몸단장에 열중합니다.
농원은 풀 숲에 쭈그리고 앉아 완전히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농원이 한삼덩굴을 더 먹도록 하는 것은 포기하고 하천을 떠났습니다.
농원의 상태는 더 나빠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헤엄칠 때도 많이 기울어지지 않고
한 발로 서서 먹는 것도 힘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한삼덩굴을 잘 먹지 않아서 실망하긴 했지만... 스스로를 구하리라 믿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