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3. 11:42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금요일(5/31)에도 잡곡을 들고 하천으로 향했습니다.
발 다친 농원이 무사한지 매일매일 신경이 쓰이는 나날입니다.
집오리 농원이 오른발에 피를 흘린 것을 목격한 날로부터 벌써 9일째입니다.
오리 세 식구를 향해 가던 중, 큰다리1 아래서 동번과 서번을 찾아보았습니다.
청둥오리 수컷 두 마리가 물 속에서 먹이를 찾아먹고 있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도 보입니다.
이 오리는 전날 오리 세 식구가 머물던 오리섬1 근처에서도 보았던 오리입니다.
전날에는 날개깃이 물에 젖지 말라고 백조처럼 들고 있는 건가?했었는데,
이날 보니, 이 오리는 아마도 날개깃을 다친 모양입니다.
한쪽 날개에 장애가 생긴 것 같은데... 그래도 날 수는 있나 보네요.
이곳까지 이동한 것으로 미뤄봐서요.
지나가는 길에 왜가리도 만났습니다.
또 사냥을 하려는 걸까요? 살금살금 이동 중입니다.
오리섬 1에 도착하니 오리 세 식구가 섬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농투는 벌써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귀를 쫑긋거리네요.
농원은 아예 철퍼덕 앉아 있습니다.
발이 여전히 아픈 거겠지요.
야일도 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농원이 선두에서 그다음이 야일, 그리고 농원이 차례로 이동합니다.
오리들이 부지런히 헤엄쳐옵니다.
농원도 뒤떨어지지는 않군요.
일단 농원이 두 발로 잡곡을 먹습니다.
큰 화면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겠지만, 농원의 가운데 발톱이 위로 치솟아 있습니다.
발톱이 빠지려는 걸까요?
발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두 발로 땅바닥을 짚고 있네요.
자세가 조금 불완전해보이긴 하지만...
전날 던져둔 한삼덩굴이 시들어 있었습니다.
먹긴 했을까요?
농원이 한 발로 지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원이 들고 있던 오른발을 바닥에 다시 짚습니다.
자세가 불안정해서 휘청거립니다. 아직 확실히 낫질 않았습다.
비록 발은 아프지만 그 사이 식사를 거르지도 않았기에 기력이 빠진 것 같지 않고
또 살도 아주 빠져보이지는 않습니다.
야일은 식사 중 부딪치겠다 싶으니까, 다시 농원을 부리로 공격을 하네요.
아픈 농원을 배려하지 않는 야일에게 화가 납니다.
농원이 자세를 바꾸려는 순간 오른발이 불편해서 균형을 잃습니다.
오른발 가운데 발톱 부분이 무척 부어있는 상태입니다.
정말 아파보입니다.
오리의 얼굴에 표정이 없어 그 고통을 제대로 읽을 수는 없지만, 몸짓을 보건대 분명 아프겠지요.
마음이 안 좋습니다.
친구는 오는 길에 한삼덩굴잎을 채취해서 가져와 오리들에게 던져주었습니다.
빨리 나으라구요.
농원은 한삼덩굴잎을 하나 정도 먹었습니다.
더 먹으라고 해보아도 말이 안 통하고...
결국 오리들은 헤엄쳐 가버립니다.
충분히 식사를 한 모양인지 오리섬5로 가서는 깃털을 고릅니다.
농원의 헤엄치는 모습이 기우뚱하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 여기면서 오리들을 두고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큰 다리1 밑에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동번과 서번에게 잡곡을 주려고 이동하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청둥오리 귀염이와 그녀의 새끼 오리 3마리가 군단을 이루면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옵니다.
새끼 오리들이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어미와 몸집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제일 왼편의 오리가 어미입니다.
제일 앞쪽의 새끼오리는 몸집이 제일 큽니다.
아무튼 이 오리떼가 무서워서 동번과 서번은 잡곡을 먹으러 오려고 하질 않습니다.
계속 머뭇거리기만 하네요.
할 수 없이 제가 청둥오리떼를 쫓았습니다.
그제서야 다가와서 잡곡을 먹는 동번과 서번.
서번은 신경이 예민하고 소심한 오리라서 계속 주변을 경계하면서 식사를 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놀라서 피하고
또 청둥오리떼들이 다가오면 또 놀라서 피하고...
슬그머니 잡곡을 향해 다가오는 청둥오리떼들.
그 오리떼들을 쫓아주면서도 동번과 서번이 경계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해주려고 애씁니다.
청둥오리떼가 다가오고, 동번과 서번이 놀라 달아나고,
제가 청둥오리떼를 쫓고, 다시 동번과 서번이 식사를 하고...
몇 번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겨우 동번과 서번이 잡곡식사를 끝낼 수 있었답니다.
동번과 서번이 떠난 뒤에도 청둥오리떼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려고 멀리 이동하지 않으니까,
청둥오리 어미가 나와서 주위를 살핍니다.
식사를 끝낸 동번과 서번은 다시 다리 밑으로 올라가고
청둥오리 어미와 새끼들은 좀전에 동번과 서번이 식사를 하던 곳으로 와서 거의 남지 않은 잡곡을 찾아 먹습니다.
야생오리들은 스스로 식사를 구할 능력이 있으니까, 청둥오리들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데,
어미 청둥오리가 이미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은 경험이 있어서 새끼들에게도 사람을 경계하면서 먹이를 얻어먹는 것까지 알려주나 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새끼 오리들이 귀여워서 먹이를 주기도 하거든요.
무엇보다 이 구역에서 대장은 청둥오리 새끼들의 아비인 수컷이 대장이고,
동번과 서번은 그 오리를 무척 두려워하는데,
이제 청둥오리 가족이 다수의 무리를 이뤄서 더 두려운 존재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무튼 청둥오리떼들의 위세가 무서웠던 날이었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앞으로 자기 먹이를 빼앗길 일이 많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