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흰뺨검둥오리, "나도 같이 먹자~"(하천오리 시리즈140-2)

2019. 6. 15.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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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6/10) 점심 무렵, 오리 세 식구를 방문했을 때, 깜짝등장한 어린 흰뺨검둥오리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너무 예쁜 흰뺨검둥오리가 오리 세 식구가 함께 있다니! 우리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천물이 전날 비로 늘어나 수위가 조금 높아진 데다 진흙이 섬을 부분적으로 덮어서 

도무지 잡곡을 줄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잠시 방황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리섬3의 가장 하류쪽이 진흙이 적은 것 같아 그곳에 잡곡을 뿌려주었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잡곡을 먹기 시작했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오리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잡곡을 먹습니다. 

다행히 농원이 흰뺨검둥오리를 보질 못했네요. 

야일은 충분히 흰뺨검둥오리를 쫓을 수 있었지만 그대로 둡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잡곡을 먹는 모습을 귀여워하며 지켜보았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네 식구가 되길 바라면서요.

흰뺨검둥오리가 잡곡을 잘 끼여 먹군요.  

그런데 마침내 야일이 흰뺨검둥오리에게 가볍게 눈치를 줍니다. 

부리로 쪼거나 하진 않지만요.

결국 농원이 흰뺨검둥오리를 발견하고 내쫓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놀라서 피합니다.

흰뺨검둥오리가 다시 오려나 지켜보았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치를 보며 깃털을 다듬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 제법 용기를 내서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감히 잡곡 식사에 끼어들지는 못하고 

야일이 물로 들어가니 흰뺨검둥오리도 더 멀리 헤엄쳐갑니다. 

농원과 농투의 잡곡 식사는 계속 됩니다. 

이날 물이 불어나서 친구는 섬으로 내려오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저 혼자서 오리들에게 잡곡을 주었지요. 

밤사이 내린 비로 오리섬3도 모습이 엉망입니다. 

얼마 전에 오리들에게 밥을 주었던 곳은 흙탕물이 고였습니다. 

풀들은 쓰러졌구요.

야일이 물 속에서 깃털을 다듬고, 농원과 농투는 잡곡 먹기에 바쁠 때

흰뺨검둥오리가 다시 슬그머니 다가와서 잡곡을 먹습니다. 

농투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좀더 고개를 뽑고 잡곡을 먹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잡곡을 먹으며 조금씩 농투쪽으로 다가갑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얌전한 농투가 흰뺨검둥오리를 쫓습니다. 

흰뺨검둥오리가 깜짝 놀라 달아납니다. 

농투가 오리를 쫓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농투도 오리를 쫓을 줄 아네요. 

흰뺨검둥오리가 과연 오리 세 식구 틈에서 잡곡을 얻어먹으며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흰뺨검둥오리가 이제 식사를 포기했을까요?

야일이 어깨죽지를 펴고 날개를 텁니다. 

흰뺨검둥오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깃털을 다듬습니다. 

야일을 따라 흰뺨검둥오리도 날개를 펼쳐보네요.

야일이 다시 뭍으로 올라오는 중입니다. 

뭍에서 야일이 다시 한 번 더 날개를 털어봅니다. 

이제 오리들이 잡곡식사를 거의 끝낼 즈음이라 친구가 딴 한삼덩굴잎을 던져주어야 하는데

야일이 떡 하니 앞에 버티고 있어 주기가 힘들군요. 

흰뺨검둥오리는 식사를 끝내기로 한 모양입니다. 

물 속에서 깃털 다듬기에 집중합니다. 

야일은 꿈쩍도 않고 깃털을 다듬습니다. 

야일이 깃털을 너무 열심히 다듬어 방해하기가 힘듭니다.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데, 친구가 한삼덩굴잎을 던져주고 돌아가자고 재촉합니다.

너무 덥다면서요. 

한삼덩굴잎을 떨어진 곳 물 속에 던져 두었습니다. 

너무 시들어서요. 

오리들이 여기까지도 올테니까 괜찮을 거라고 친구는 말하지만,

글쎄...이 한삼덩굴잎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친구가 계속 저를 재촉합니다. 

오리섬에 서서 오리들을 지켜보던 저로서는 친구가 덥다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전혀 덥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오리섬이 있는 곳은 '바람길' 위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오리들이 더운 시간에 오리섬3에 머물러 좀더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구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흰뺨검둥오리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도 오리 세 식구 곁을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뒤늦게라도 잡곡을 더 먹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오리 세 식구와 더불어 지낼 생각은 있는지도 궁금하구요. 

그런데 오리 세 식구는 그다지 이 흰뺨검둥오리의 등장을 환영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과연 어린 흰뺨검둥오리가 야일이처럼 구박을 받으면서 잡곡을 얻어먹는 험난한 시간 6개월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예요. 

아무튼 부모 없이 하천에 버려진 농원과 농투에게도 식구가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이 오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돌밥 주변에 길에는 비둘기 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동번과 서번은 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에는 햇살이 좀 죽어 오리들이 좀 덜 더울 것 같았어요.

큰 다리 1 아래 색소폰을 불던 아저씨가 정리를 하시는가 봅니다. 


우리는 부지런히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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