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청둥오리들아, 이름을 줄께.(하천오리 시리즈 148-3)

2019. 7. 5. 12:55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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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7/2)에는 놀라운 일들을 많이 관찰했던 날이었지요. 

이미 앞선 포스팅에 알려드린 것 처럼 농원의 날개깃이 사라졌고, 오리들이 고양이로 추정되는 동물에게 공격당하기도 했습니다.

놀라 달아나던 오리들은 물에서 모여 계속해서 꽥꽥 소리를 질렀습니다. 

얼굴을 물 속에 담그기도 하고 날개를 털기도 했지요. 

오리섬1 근처 물에서 머물며 놀라 어쩔 줄 몰라하던 오리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놀란 마음을 조금 다스렸는지 오리들이 공격당한 오리섬 근처 또 다른 자락인 오리섬로 이동했습니다. 

지는 해의 저녁햇살이 놀란 오리들을 따뜻하게 비추는 듯합니다. 

놀라서 열기도 못 느낄 것도 같네요.

오리들이 깃털이 물 위에서 둥둥 떠내려옵니다. 

좀전의 공격 때문에 떨어진 깃털인지 아니면 농원이 깃털을 다듬다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리 세 식구는 나름대로 놀란 가슴을 다스리는 모습입니다. 

세 마리 모두 열심히 깃털을 다듬네요. 

진정시키려는 몸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하류쪽에서 오리 한 마리가 꽥꽥 울면서 헤엄쳐 옵니다. 

아무래도 삼둥이네 오리들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가족들을 어디 두고 혼자 울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오리들은 깃털을 다듬다 서 있다...

농원은 서 있다 앉아 있다...

공격당한 동물이 나온 곳으로 계속 시선을 줍니다. 

경계의 자세를 늦추지 않으면서요. 

엄청 긴장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 이완이 된 건지 오리 세 식구가 오리섬 3 방향으로 헤엄쳐 갑니다. 

오늘 식사는 이 정도에서 끝인가 봅니다. 

오리섬5에서는 왜가리 한 마리가 계속 왔다 갔다 멈추었다 합니다. 

오리 세 식구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길 바라면서 두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해서 돌다리 를 건너려는데 돌다리 위에 청둥오리 암컷 한 마리가 보입니다.  

돌다리 하류 쪽 근처에 오리 세 마리가 더 보입니다. 

삼둥이 가족이군요. 

그래서 좀전 이 새끼 오리들 가운데 한 마리가 가족을 놓치고 울고 있었던 거였어요.

새끼 오리들은 열심히 물 속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습니다.

세찬 물살따위 아랑곳하지 않구요. 

어미 청둥오리 귀염이(일명 에밀리)는 좀전에 돌다리 위에 있다가 돌다리를 넘어 돌다리 상류 쪽 근처에 머뭅니다. 

항상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새끼들을 지키고 있네요. 

친구가 돌다리를 건너간 다음에도 저는 계속해서 오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7월이 되었는데도 이 오리 가족은 하천을 떠나질 않네요. 

작년에는 청둥오리들이 6월 중순에 다들 떠나갔는데 말이지요. 

에밀리네 가족은 이곳에서 텃새로 지내기로 한 것일까요? 


에밀리의 새끼 오리들은 이제 몸집이 제법 커졌습니다. 어미 오리 에밀리보다 더 큰 것 같군요.

이제 이 삼둥이들을 계속 만나고 있으니 이름을 지워줘야겠어요. 

제일 몸집이 크고 통통한, 제일 예쁜 오리는 벨(belle, 불어로 '예쁘다'는 뜻), 

늘씬하고, 부리가 제일 길고 눈동자와 눈동자 주변 동그라미 간격이 제일 큰 오리는 부긴, 

제일 작고 허약해 보이는 오리는 스윅(small과 weak의 합성어)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삼둥이들이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흐뭇합니다.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여름의 무더위를 어찌 잘 날지 모르겠습니다. 

벨은 정말 예쁘네요. 몸집도 유달리 통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리 주변의 주황색이 분명하고 부리 중간의 검정빛도 분명해서 더 예쁘게 보이는 것도 있어요.

잠수 능력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

오리들이 열심히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돌다리5에서 하류쪽을 내려다 보니 풀과 나무가 녹색으로 우거져 있어 시원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이 났는지 삼둥이 가족이 상류쪽으로 이동합니다. 

큰다리2를 향해 가고 있네요. 

다리에 비친 저녁 햇살이 아름답군요.

화장실 앞에서 돌다리5를 내려다 보니 주변이 놀랄 정도로 무성해져서 온통 녹색입니다. 

다시 돌다리를 건너려고 내려가려는데 삼둥이 가족들이 훨훨 날아서 하류쪽으로 이동합니다. 

삼둥이 가족이 눈 앞에서 나는 모습을 본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휘파람 아주머니 말씀이 어미가 삼둥이 나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는데 정말이군요.

하류로 날아간 삼둥이 가족이 금방 다시 상류쪽으로 날아갑니다. 

나는 장면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친구가 오리 세 식구가 잘 있는지 다시 보고 싶다고 해서 오리섬 3쪽으로 가서 풀 사이로 살펴보았습니다. 

야일은 보이질 않지만 농투와 농원을 보입니다. 

잘 있는 것 같네요.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앗! 돌다리3에서 삼둥이 가족을 또 만났습니다. 

돌다리 위에서 무얼 하는지... 반갑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다리1 아래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잡곡을 주고 얼른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리들 밥을 다 주었고, 우리도 배가 고프니 돌아가는 발걸음이 바쁘네요. 


이날은 정말 많은 일들이 보고 듣고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니 조금 피곤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농원이 얼른 깃털을 회복했으면 싶군요. 

하지만 무더위가 점점더 심해져서 걱정이 됩니다. 

비는 언제 오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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