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가 나무들이 잘린 날(하천오리 시리즈155-1)

2019. 7. 15. 13:4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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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7/9)은 월요일에 이어 하천가 나무들의 대학살의 날이었습니다. 우울한 날이었지요.

하천길의 풍경이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여름날 오후 햇살을 가려줄 그늘은 나무와 함께 사라졌네요. 

하천기온이 좀더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돌다리2 주변의 풍경입니다. 

훨씬 쾡한 기분이 드네요. 

잘린 나무들이 동강나서 여기저기 쌓여 있습니다. 

정말 나무를 짧게도 잘랐습니다. 

그루터기가 얼마 전까지 살아 있던 나무의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큰다리1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동번과 서번의 달려오는 걸음이 그나마 위로를 줍니다. 

주변이 밝아졌습니다. 

나무가 사라져서 그늘이 없어져 오리들도 더 더울 듯합니다. 

오리들도 나무가 잘리는 장면에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나무들을 잘라버린 걸까요?

봄날 버드나무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서일까요? 

가던 길을 뒤돌아서서 사진을 찍어 멀리 큰다리1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무들이 잘린 채 쌓이고, 그 나무를 자르기 위해 자동차가 들어가는 동안 주변의 풀들도 마구 망가지고 짓밟혔습니다.   

돌다리3 주변의 나무도 잘려서 이곳도 밝아졌습니다. 

따라서 그늘이 그만큼 사라졌지요. 

잘린 나무와 풀들을 보는데 슬픔과 짜증,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나무 한 그루씩을 최소한으로 남겼다는 것이지요. 

잘린 나무들과 짓밟힌 풀들을 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돌다리4에 도착했습니다. 

다둥이 식구의 일부로 보이는 청둥오리들이 먹이를 찾아먹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름날의 아름다운 하천가 풍경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ㅠㅠ

이렇게 큰 나무를 자르다니! 이 나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생명체들은 모두 그 터전을 상실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나무 한 그루는 어떤 생명체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새부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까지 이 나무를 기반으로 살아온 무수한 생명체들이 이날 재앙을 맞은 것이지요. 

당장 올 여름 태어난 어린 물까치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하루아침에 강제철거 당했으니까요. 

아직 습지는 한참 공사중입니다. 

이제 습지에 물을 대고 애기부들을 심었군요. 

이 근처 버드나무는 목숨을 구했습니다. 

도시의 나무들, 풀들은 인간의 마음대로 재단되는 하루살이같은 삶은 산다 싶습니다. 

이렇게 꽃꽂이 하듯 단장되는 도시의 하천가에 화가 납니다.

나무다리에 도착하니 다리 곁에서 긴 가지를 늘어뜨리고 거대하게 자랐던 버드나무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큰다리 2가 보입니다. 

주변의 나무들도 잘려 쓰러져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의가지에 앉아 있는 물까치 한 마리. 

집을 잃어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일까요?

다리 아래쪽 물 위에 잘린 버드나무의 가지와 잎들이 어지럽게 둥둥 떠 있습니다. 

버드나무만이 아니라 올봄에 오디를 무수히 매달았던 뽕나무들도 여럿 베어 없어졌습니다. 

돌다리5 근처 오리섬1 바로 곁에도 나무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오리섬1에 농원과 야일이 있네요. 

오늘 나무 자르는 소리에 무척 놀랐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오리섬2에 내려가고 농원과 야일도 재빨리 헤엄쳐 옵니다. 

오리섬1에는 청둥오리 삼둥이 자매들도 있네요. 벨과 스윅입니다. 

농원과 야일에게 먼저 잡곡을 주었습니다. 

농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오리들은 농투가 있건 말건 식사에 열중합니다. 

농원과 농투는 잡곡식사에 열중하는 동안 

어린 청둥오리는 오리섬1의 식사시간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오리섬1에서 얼른 다가오지는 못하고...

돌다리 위를 지나던 사람들은 오리가 있는지 가던 길을 잠깐 멈춥니다. 

저는 다시 길 위로 올라와서 돌다리5에 가보기로 합니다.

혹시 농투가 돌다리 주변에 있을까?해서요. 

아니나 다를까, 농투가 보입니다. 바로 곁에 부긴이도 있네요. 

한 아주머니께서 오리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고 계십니다.

농투와 부긴은 아주머니가 던져주신 먹을거리를 먹기에 바쁩니다. 

농투를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았지요. 

아주머니는 무얼 던져주고 계신 걸까요? 

동그랗게 생긴 것이 물 위에 동동 떠서 오리들이 먹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부긴은 돌다리에 가까이 다가와서 아주머니가 던져주시는 것을 먹네요. 

농투가 가까이 다가오니 부긴이 놀라서 피합니다. 

농투가 부긴이 앞에서는 위세를 떱니다. 

벨에게는 쫓기면서도 말이지요. 

농원은 벨을 쫓고 벨은 농투를 쫓고 농투는 부긴을 쫓습니다. 

나름 서열이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긴은 삼둥이 중에서도 겁이 많은 오리같습니다. 

농투는 오리 세 식구 중에서 겁이 많은 오리지요. 

아주머니가 떠난 자리에 서서 부긴과 농투를 가까이서 잠깐동안 지켜보았습니다. 

돌다리 근처에서는 농투와 부긴이 식사를 하고

풀 뒤로 멀리 보이는 오리섬2에서는 농원과 야일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친구는 농원과 야일을 지켜보면서 촬영을 하고 있네요. 

부긴은 농투가 자신을 공격할까봐 알아서 피합니다. 

부긴은 물살을 타고 오리섬1쪽으로 떠내려갑니다. 

가다보면 벨과 스윅을 만나겠지요. 

농투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는 듯하네요. 풀 쪽으로 이동해서 계속 식사를 이어갑니다.

농투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다시 오리섬2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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