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보러 가는 길에 거북이와의 깜짝 만남(하천오리 시리즈169-1)

2019. 8. 2. 14:4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오늘부터 날씨가 확 무더워졌습니다. 폭염재난문자까지 왔네요. 

그동안 비가 와서 힘들었던 오리들이 이제 무더위로 곤욕을 치를 것을 생각하니 불쌍합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늦은 하천가 산책을 나갔습니다. 

해가 져서 어두워서 오리들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이미 잠들어야 했던 시간에 오리들이 다들 자지 못하고 서서 있었어요.

밤사이 비가 내릴까봐 경계하느라 서서 밤을 지새우는 듯했습니다. 

비가 오면 오리들이 다른 곳으로 피신해서 잠자리를 마련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섬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장마기간에도 섬을 떠나지 않고 서서 밤을 보낸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비가 오면 하천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으니 평소보다 배가 더 고플텐데 

밤에는 깊은 잠도 잘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니 무척 피로하겠다 싶었지요. 


월요일(7/29)에는 일찌감치 오전에 오리들에게 밥을 주러 갔습니다. 

하천가 산책길로 걸어가는데, 청둥오리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청둥오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지요. 

사진 속에서는 천둥오리 꽁지만 보이네요.^^

평소에도 청둥오리들이 종종 무리지어 지내는 곳이라서 청둥오리가 비가 그치니 다시 찾아왔나 봅니다. 

청둥오리가 정말 조그맣게 사진 속에 담겼습니다. 

아직 자라섬도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다리2도 부분적으로 물에 잠겨 있네요. 

조금 더 내려가서 거북이돌로 불렀던 그곳에 거북이가 나와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그 모습이 정확히 보이질 않았지요. 

친구가 곁에서 거북이와 새끼 거북이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거북이는 지난 번 거북이 돌에서 몸을 말리던 바로 그 거북이가 분명하고,

나머지 두 마리, 거북이 등을 타고 있는 것과 거북이 옆에 있는 것은 자라섬에서 몸을 말리던 자라들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거북이와 자라 두 마리가 작은 돌 하나에 한꺼번에 올라가서 몸을 말렸던 것일까요?

계속 지켜보니까 자라들은 차례로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거북이만 혼자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 거북이는 노란배 거북으로 누군가 키우다가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란배 거북은 원래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사는 거북이지만,  애완용으로 팔기 위해 수입해서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인데, 

사람들이 키우다 버려서 우리나라 강,하천에 서식하게 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동물로 분류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입이 금지된 동물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동네 하천에서도 이 거북이를 보게 되다니요!

목 아래, 다리 아래 노란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가슴이 노란색이고 가장자리에 검은 반점이 있습니다.

어른 거북이는 96% 식물만 먹고 산다고 하니까, 우리 하천에서 살기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수명이 야생에서는 30년에 이른다고 하니까, 헉! 번식하면 정말 큰일인데... 누군가 거북이를 더 버리지 않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큰다리1 아래는 아직 수심이 완전히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오리를 부르니 오리들이 화답하면서 부지런히 옵니다. 

친구가 잡곡을 뿌려놓는 동안 좀 떨어져서 기다립니다. 

우리가 뒤로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잡곡을 먹습니다. 

오리들이 배가 고팠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힘이 들고 피로해서인지 오리들이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요. 

밥을 먹는 사이사이 먹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큰 다리를 지나 밥돌 근처에서 서서 보니까 아직 오리섬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돌다리3도 부분적으로 아직 물에 잠겨 있고 물살도 세네요.

돌다리4도 걷기에는 좀 위험해 보입니다. 

산책길 바닥도 아직 곳곳에 물이 흥건히 남아 있습니다. 

길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습니다. 

큰다리2 아래로 지나가다 보니까, 공공근로를 하시는 분들이 다리 아래서 물청소를 하고 계십니다 .

비 때문에 실려온 진흙을 청소하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하시는 줄은 몰랐는데... 고마운 일입니다. 

마침내 돌다리5에 도착했습니다. 

이 돌다리는 건널 만하네요. 

돌다리를 건너서 오리들에게 밥을 주기로 하고 돌다리를 건너면서 보니까 오리섬1 위의 농투와 백로가 보입니다. 

아직 풀들이 누워 있고 물살이 세서 오리들이 오리섬2로 건너오기가 힘들겠다 싶었거든요. 

지난 금요일에 밥을 준 곳에서 서서 보니 농원 바로 곁에 야일의 모습도 보입니다. 

요즘은 야일과 농원이 붙어 있고 농투는 홀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농투가 제일 먼저 알아보고 헤엄쳐 옵니다. 

뒤늦게 야일과 농원이 뒤따라옵니다. 

돌 위에 잡곡을 올려두었습니다. 

작년에는 여기서 오리들 밥을 주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물가보다는 돌 위의 잡곡을 먹는 것이 힘들겁니다. 

침이 없는 오리들은 물과 섞어서 잡곡을 먹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오리들이 열심히 잡곡을 먹습니다. 

야일이 바로 돌 위로 올라가서 잡곡을 독점하려고 해서 농원은 계속 주위를 배회합니다. 

야일의 부리찌르기 때문에 다른 오리들이 밥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농원과 농투의 식사가 참으로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야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이어진 포스팅에서 확인해 주셔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