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개사료 때문에 뚱보되다(하천오리시리즈183)

2019. 8. 29. 21:3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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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8/24), 친구가 방문했는데, 이 친구와 함께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 친구는 오리들의 밥을 주는 덕맘 역할을 한 적이 있어서 오리들의 근황이 궁금할 것 같았습니다.



집오리 동번과 서번을 큰다리1 아래서 불러보았는데, 대답을 하고는 도무지 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리들을 찾아 좀더 하류로 내려갔지요. 

돌다리 3 근처에 도착해서 돌다리에서 보니 동번과 서번도 보이고 야생오리인 청둥오리 암컷 한 마리도 보였습니다. 

청둥오리 먼저 헤엄쳐 오기 시작했습니다. 

보니까 에밀리네요. 벨과 스윅의 어미인데 딸들을 독립시킨 후 홀로 지내는 중이지요. 

뒤따라온 동번과 서번이 에밀리 곁으로 이동하니까, 에밀리가 피합니다. 

예전에 딸들을 데리고 있을 때는 동번과 서번이 피했는데 말이지요. 

혼자라서 두 마리의 집오리 상대가 버거운 모양이군요.

친구가 돌다리 중간에 잡곡을 놓아두자 오리들이 거리를 두고 배회합니다.

동번과 서번이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돌다리 중간에 사람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겠지요. 

돌다리를 지나가던 모자가 돌다리 중간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오리들을 구경하고 있어 

오리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밥을 주는 사람들도 경계하는 오리들인데...

동번과 서번이 주저하는 사이, 에밀리가 잽싸게 잡곡을 먹으러 돌 위로 올라왔습니다. 

잡곡을 먹는 에밀리를 쫓고 동번과 서번이 잡곡을 먹고는 자리를 뜹니다. 

그런데 집오리들이 떠난 사이 잡곡을 먹으려고 시도하는 에밀리.

에밀리가 잡곡을 향해 접근하니까 동번과 서번이 가던 길을 되돌아옵니다. 

오리들은 자신의 밥을 경쟁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경쟁자가 자신의 밥을 먹으려하면 억지로라도 다시 밥을 먹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금 떨어져 돌다리 위에서 에밀리가 잡곡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시 에밀리가 잡곡을 향해 다가가 봅니다. 

서번이 재빨리 에밀리를 쫓아냅니다. 

겁쟁이 서번이 밥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네요. 

식구가 아닌 경쟁자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보통 서열이 아래인 오리인 것 같습니다. 

서열이 제일 높은 오리는 실제로 잡곡을 뺏기 전까지는 식사에 집중하는데, 

서열이 낮은 오리는 계속 경쟁자를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식사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집오리들이 거의 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에밀리는 왜 잡곡이 없는 돌 위에서 잡곡을 찾는 듯한 행위를 할까요?

일종의 속임수일까요? 잡곡에 관심이 없다는 듯.

집오리가 다가오니까 에밀리는 다시 달아납니다. 

집오리들이 떠나니까 다시 에밀리가 잡곡이 있던 돌쪽으로 이동합니다.

에밀리가 이동한 것을 보고 다시 집오리들이 돌 쪽으로 다가옵니다. 

에밀리는 다시 도망합니다. 

집오리들이 떠나니까 다시 에밀리가 잡곡이 있던 돌 위로 올라옵니다. 

친구는 다른 돌 위에 잡곡을 더 놓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에밀리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처음 잡곡을 놓아두었던 돌 위에는 남은 잡곡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래도 에밀리는 잡곡을 찾아봅니다. 

야생오리 에밀리는 집오리들에 비하면 몸이 갸날퍼 보이지만 

딸을 키울 때에 비하면 몸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잡곡을 먹다 말고 집오리들이 다시 돌 위에 있는 에밀리를 공격합니다. 

동번이 적극적으로 에밀리를 쫓네요. 

날 수 있는 에밀리는 훌쩍 날아 달아납니다.

에밀리를 쫓고 다시 잡곡을 먹으러 온 집오리들.

에밀리는 결코 쉽게 포기하는 오리는 아닙니다. 

다시 근처 돌 위로 날아옵니다.

집오리들과 청둥오리가 서로 잡곡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울 때조차 흰뺨검둥오리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스스로 먹이를 구합니다. 

진정한 야생오리군요. 


우리는 실랑이하는 동번과 서번 그리고 에밀리를 두고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떠났습니다.

오랜만에 오리들이 다 함께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좋습니다. 

오리들이 오리섬2(앞으로는 오리땅2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 섬이 아니니까요.)로 헤엄쳐 옵니다.  

길쭉해진 오리섬1 근처에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도 보입니다. 

우리가 잡곡을 주지 않으니까 오리들이 당황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가까이 왔다가 다시 물 속으로 헤엄쳐 가서 거리를 유지하면서 머물고 있네요. 

어느덧 에밀리 딸인 벨과 스윅도 헤엄쳐 왔습니다.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개사료할머니가 이렇게 키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흰뺨검둥오리까지 헤엄쳐 왔습니다. 

할머니께서 야생오리들에게도 풍성한 식사를 제공하셨나 봅니다. 

다들 먹을 것을 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오리 세 식구의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살이 찐 데다가 안색도 나빠보이구요. 

개 사료를 오리들이 먹는 상황이 걱정스럽습니다. 

멀리 오리섬5에는 백로 한 마리가 머물고 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주지 않으니 다들 돌아갑니다. 

농투가 너무 뚱뚱해져 얼굴이 미워져서 속상합니다. 

농원은 무척 피로하게 보입니다. 

야일이 그나마 나아보이네요.

살찐 오리들을 보면서 살을 빼야겠다고 말하는 친구. 

아무튼 오리들의 건강이 무척 염려스럽습니다. 

야일은 오리섬1에 올라가서 깃털을 고르네요. 

농원과 농투가 오리섬1을 떠나 오리섬5쪽으로 이동하니까, 야일도 뒤따라갑니다. 

이날은 오리들에게 아무런 먹이도 주지 않았습니다. 

이 오리들은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오리땅2 바닥에는 먹이를 준 흔적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날 개사료 할머니가 오시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리들이 배가 고팠을 것도 같습니다. 

먹이를 못 줘서 다들 실망했을 수는 있겠지만, 야생에서 먹이를 구해먹는 것이 나으리라 생각됩니다. 

근처에서 발견한 백로의 걸음이 우아하네요.


이날 친구에게 집오리들, 야생오리들, 백로와 왜가리까지 만나게 해줘서 만족스럽고 좋았지만, 

오리 세 식구의 모습이 형편 없어 속상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개사료 할머니를 만나면 개사료를 주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집오리 뿐만 아니라 야생오리들까지 개사료를 먹이다니... 큰일이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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