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도보여행의 광적인 열정

2019. 10. 30. 11:09책/걷기

프랑스 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가 쓴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2017, 북라이프)]를 손에 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 소설가는 왜 걷는걸까?하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소설가가 도보여행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걷고 싶다,는 것이 내가 발견한 이유라면 이유일까? 

확실히 제목에 낚였다. 원래 제목은 'L'art de la marche'로 번역해보자면 '걷는 기술' 정도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원제가 글에 적합한 제목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의 막무가내식 걷기에 있어 그가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무모한 짓을 벌이고 어떤 위험과 행운에 노출되는지를 발견하며

그 상황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지를 알게 된다. 

저자처럼 무모하고 도전적이고 심지어 '광적인' 걷기에 도전하고 싶어 어쩔줄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저자는 긴 시간을 내서 지속적으로 걸을 여유가 없어 짬이 날 때마다 일정한 거리를 걷고, 또 짬이 나면 멈춘 그 자리로 되돌아가서 다시 걷기를 이어가는 식이었다. 

그는 도보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으로 보행자를 위한 길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걷기를 고집하는 엄격함과 꽉맏힘을 보인다. 

걷기에 융통성을 보이지 않으면 빠짐없이 길을 이어서 걷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가 소위 세계일주를 시작한 곳은 프랑스의 팡플론이라는 곳으로 지극히 우연적인 사건으로 도보여행의 첫걸음을 뗐다. 

이렇게 걷기시작한 때로부터 7년동안 짬짬이 걸었던 여정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들려준다.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어떤 지점에서 걷기 시작해서 스위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까지 걸었던 기록이다.

그의 도보여행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짬짬이 걸으려면 긴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혼자 걷는 일을 힘들어했으며 항상 동반자를 필요로 했다. 책 속의 도보여행 동안 세 사람의 길동무가 그를 동행했다. 

그 길동무들도 대단한 사람이다 싶다. 무모하다싶은 작가의 계획에 기꺼이 동참했으니 말이다.


나는 걷기를 좋아하지만 위험감수는 최소한으로 하길 바란다. 그래서 작가처럼 무모한 도전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고집스러운 걷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갈수록 보행자에게는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의 도보여행을 통해서 이 세계를 두 다리만으로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를 잘 보여준다. 

나만 해도 실제로 우리 동네에서 한강까지 걸어가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 여정이 보행자에게 그리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든 그렇지만 길도 강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두 다리보다는 자전거를, 자전거보다는 자동차를 우선시하는 길. 

보행자를 위한 길은 점차 사라지고 보행자는 끊임없이 인내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보여행자에게 적대적인 세상에서 걷기를 고집하는 것은 확실히 무모하다.

따라서 그의 기록이 고난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험과 어려움이 그의 걷기를 중단시키지는 못한다. 


책을 읽다보니 걷고 싶다는 마음이 표면으로 고개를 내민다. 

저자처럼 세계일주는 아니더라도 동네길이라도 걷고 싶다. 


<노트>

"걷는다는 것은 지구의 움직임과 동행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천체가 추는 춤에 끼어드는 것이고 우주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걷기란 원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