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동산(?)'에서 만난 어린 무궁화

2020. 6. 9. 14:55동네에서 만난 식물/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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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를 채 30분 남겨둔 시간, 6월초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잠시 피한 곳에서 무궁화를 만났습니다. 

아직은 잎만 무성하네요.

학교 담장밖 좁은 길에는 어린 무궁화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는데요, 

길 양쪽으로 모과나무와 살구나무이 이미 제법 큰 키로 자라 있었습니다. 

왼편에 차례로 줄지어 서 있는 모과나무들. 

오른편에 줄지어 서 있는 살구나무들.

모과나무와 살구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이 길을 오가면서 서성거리며 친구를 기다릴 만하더군요.

햇살이 좋은 곳의 무궁화는 다른 무궁화보다 좀더 키가 자랐습니다. 담장 너머 하천을 바라보고 있네요. 

올여름 무궁화 꽃이 필 때는 꼭 이곳을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양옆에 줄지어 서 있는 무궁화들이 아직은 어리니 꽃이 많이 필지 모르겠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 아래 무궁화

무궁화를 바라보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각 반의 돈을 거둬 구입해 교실 복도에 놓아두었던 무궁화에 대한 기억. 

사립재단의 고등학교였는데, 당시 거둔 돈보다 무궁화 수가 적다면서 재단이 중간에서 슬쩍 취했다는 소문. 

사립학교의 비리에 대한 무성한 소문은 어디까지가 소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궁금합니다. 

무궁화 동산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네요.

실제로 동산은 아니고 학교담장 아래, 길가 화단이지만 무궁화를 많이 심어두어 '무궁화 동산'으로 명명했다고 봐야겠지요. 

 

사실 나라꽃이 무궁화라는 것이 불만입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를 나라꽃으로 정하다니요.

나라꽃은 원래 우리 산천 어디서나 피고 지는 진달래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저는 무엇보다 진딧물이 너무 많이 생겨서 무궁화가 싫습니다. 진딧물은 사랑하기 어려운 곤충이어서요.

그럼에도 무궁화가 아름다운 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네요. 

살구나무는 최대 5미터, 모과나무는 최대 10미터까지 자라고,

무궁화는 대개 2미터 정도의 키가 되지만 크게 자라면 최대 4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니까,

나중에 무궁화가 살구나무를 거의 가려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이 좁은 화단에서 살구나무와 무궁화가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무궁화와 개망초 흰꽃

일단 지금은 무궁화가 어리니까, 살구나무를 염려하기에는 너무 이를 수도 있지만...

무궁화가 점점 자라게 되면 나무들 사이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테고 약한 나무가 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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