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하면, 단연 단풍나무겠지요. 그중에서도 붉은빛 단풍.11월 초, 공원 산책에서 만난 단풍나무. 단풍나무의 단풍이 멋진 까닭에는 단풍잎의 독특한 모습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단풍나무의 단풍 가운데서도 단연코 붉은 단풍이 눈길을 가장 사로잡네요.동생은 붉은 단풍이 가장 마음에 드나 봅니다.단풍나무의 계절이 조금씩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모과잎은 아직 단풍이 그리 들지 않았습니다. 잎도 거의 떨어뜨리지 않았구요.이 모과나무는 잎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열매는 보이질 않네요. 그 많던 모과는 누가 다 따가지고 간 걸까요?공원의 다른 편에 있는 모과나무는 잎이 약간 노란빛을 띠기도 했습니다.누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모과 발견!아마도 너무 어리고 작은 모과라서 따지 않은 것 같아요.다른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모과를 마치 보물찾기하듯 발견할 때마다 함성을 지릅니다.올 가을에 우리 집 현관에서 모과향을 맡기는 어렵겠습니다.혹시 누가 길에 떨어뜨려놓는 것을 발견한다면 모를까요.^^

산사나무의 붉은 열매가 유독 두드러진다 했더니 잎이 많이 떨어진 때문인가 봅니다.산사나무의 열매도 살이 많이 올라서 훨씬 오동통해져 있네요. 산사나무의 잎은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아도 그냥 떨어지나 봅니다.잎이 제법 많이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늦은 오후, 산사나무 가지 사이로 단풍든 잎들과 하늘이 조각조각 어우러져 멋진 한 폭의 그림을 만듭니다.

칠엽수의 단풍든 잎은 멀리서 보아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플라타너스잎 못지 않게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지요.플라타너스 잎의 단풍빛깔과 비슷하지만 잎모양이 달라서 영 느낌이 다릅니다.새들이 후두둑 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칠엽수 잎이 거의 다 떨어졌네요. 마치 새들이 모두 떠난 앙상한 가지같은 모습입니다.아쉬운 마음이 큽니다.길 위에 뒹구는 칠엽수의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올 봄에도 동네 공원의 산수유는 꼴이 말이 아니었지요. 열매라도 매달리려나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보고 지나가곤 했는데...가을이 오니 붉은 열매를 하나 둘 매달기 시작하더라구요. 급기야...한 눈에 보기에도 붉은 열매가 많이도 매달렸지요! 가까이서 보니 열매가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햇살 받은 열매들의 붉은 빛이 얼마나 매혹적인지요!이렇게 아름다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릴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 할아버지 산수유 열매를 따서 드시네요.어쩌지요... 먹으면 안 되는 열매인데...

플라타너스의 단풍든 잎은 언제 바라봐도 멋집니다.외국 그림책에 주로 등장하는 단풍든 플라타너스는 수채화감성을 자극하는 또 다른 나무지요.정말 한 번 멋지게 그려보고 싶네요.녹색에서 노란빛을 거쳐 갈색으로 바뀌어가는 잎들의 향연. 올해는 폭염 때문인지 벌레도 생기지 않더라구요.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져 뒹구는 길 위에 잠시 시선을 두었습니다.잎이 얼마나 큰지... 낙엽 중에서는 그 존재감이 대단하지요. 플라타너스 잎들이 여기저기 보이네요.아마도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는 지금쯤 낙엽들로 거리가 뒤덮혀 있을 겁니다.

배롱나무는 여름내내 그토록 사랑스러운 진분홍빛 꽃으로 폭염으로 지친 우리 마음을 달래주더니요, 이제 나무는 그 흔적만 보여줄 뿐 여름날의 찬란함을 떠나가고 없습니다.나무는 벌써 겨울맞이를 시작했습니다. 이 나무를 돌보는 정원사들은 배롱나무에게 겨울옷을 입혀두었네요.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나무라서 미리 대비를 해둔 것 같습니다.귀여운 잎들도 거의 다 떨어지고 가지 끝에 말라붙은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날의 흔적이네요.푸른 하늘과 앙상해져가는 가치가 멋진 대비를 이룹니다.감수성이 풍부한 친구는 여름날의 진분홍빛 꽃보다 꽃이 진 이 메마른 가지끝 마른 꽃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네요.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거미를 만났습니다. 거미줄에 낙엽이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거미가 기다리는 것이 낙엽은 아니겠지요. 향나무에 거미줄을 마구 어지럽게 쳐놓은 또 다른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아름다운 거미줄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프랑스 브르타뉴 한 호텔에서 보았던 거미줄이지요. 이 거미줄을 친 거미가 궁금하네요.참 질서정연하게 잘 짜인 거미줄이었지요.

가을에 수채화감성을 자극하는 나무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벚나무잎이지요.물들어가는 벚나무잎은 다채로운 색상을 보여줍니다. 초록빛에서 노란빛, 붉은 빛... 이런 빛깔들이 서로 어우러진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상들. 벚나무마다 그 빛깔도 달라서 똑같이 단풍든 벚나무는 없습니다. 봄에는 봄꽃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더니 가을에도 또 이렇게 단풍든 잎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참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라일락은 봄에 향긋한 냄새로 코를 취하게 하더니,가을에는 이렇게 멋진 색깔로 눈을 취하게 하네요.단풍든 나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지만 올가을 우리동네 공원의 라일락의 아름다운 빛깔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다고 봅니다.얼마나 아름다운지 제 수채화감성을 자극하네요. 지금껏 라일락을 봄에만 주목하고 가을에는 단 한번도 주의깊게 본 적이 없다는 제 자신이 한탄스럽네요. 이렇게 단풍이 아름다운 것을...마음으로야 이 아름다운 라일락을 그려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근처 공원 은행나무 가로수길의 은행나무잎이 이제 완연한 노란빛입니다. 오후나절에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주위가 어두워보이네요. 이 사진들은 4일 전에 찍은 것인데... 그때도 이미 은행이들이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오늘 비가 내리고 나면 이 은행잎들이 모두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은행만 매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이 은행의 운명은 길바닥을 더럽히는 것이겠지요. 안타깝네요. 떨어져 있는 은행잎들이 오후 늦은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10월을 이틀 남겨두고 산을 찾았습니다.생각보다 산에는 단풍이 멋지게 들진 않았더군요. 걷다보니 꽃 향유가 여기저기 보입니다.꼴풀과의 한해살이 풀인 꽃향유.9,10월에 꽃을 피운다고 하지요. 곧 11월이니, 꽃향유의 꽃이 지고 있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아니, 아직도 꽃향유의 꽃구경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답니다. 지고 있는 꽃이라도 반가워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겨울이 한 걸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