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많이 먹고 빨리 기운차려~(하천오리 시리즈 35)

2018. 9. 17.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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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2의 날개깃이 뽑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될수록이면 자주 하천오리를 찾아가서 농2가 기운을 빨리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싶었습니다. 

그동안 일주일에 서너차례 먹이를 주러 하천오리를 찾아갔지만, 가능하면 매일 저녁 가서 먹이를 주기로 한 것이지요. 

오리들은 평소 먹이주는 곳 근처에만 와도 알아차리고 부지런히 우리를 향해 옵니다. 

오리들의 이런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농2가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먹이를 조금 더 챙겨서 왔습니다. 

친구는 돌을 치워줘야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오리들이 저 돌 때문에 잘 못 먹을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날개깃을 잃고 난 후의 농2는 신경이 날카로와져서인지 농1을 자꾸 위협하네요. 

농1은 대응하지 않고 슬그머니 잠시 헤엄쳤다 돌아옵니다. 

친구 오리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일까요?

오리들이 기장을 잘 먹네요. 깨끗하게 식사하는 오리들이 마음에 듭니다. 

자꾸 농2의 잃어버린 깃털 아래 보이는 피부에 눈이 가네요. 

아름다운 푸른 깃털이 없어져서 농2의 모습이 너무 초라합니다. 

아프지는 않은지 궁금하네요. 

우리들이 식사를 다 할 때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고 지켜보기로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방해하지 않도록이요. 

예민해진 농2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 발소리만 들려도 먹다말고 주변을 살펴봅니다.

오리들이 충분히 먹었는지 자리를 뜨고 헤엄을 칩니다. 

농2의 모습을 좀더 담아보고 싶어 농2에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식사를 충분히 하고 나면 오리들은 헤엄을 치고 조금 놉니다. 

그러다 다시 남은 기장을 먹곤 합니다. 

깃털을 다듬는 일도 식사 후에 하는 일입니다. 

특히 농1은 깃털고르기를 잊지 않습니다. 

농2는 깃털을 잘 고르지 않는데, 농2도 깃털을 고르는군요. 

공격을 당한 후 깃털 정리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걸까요?

고개를 들어보니 흰뺨 검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날렵한 외모에 여유있는 몸놀림, 정말 야생오리는 집오리와는 다르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오리들이니까요.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면서 털도 고르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산책을 계속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리들에게는 다음 날, 오지 못하니 스스로 잘 챙겨먹으라는 말도 남기구요. 

돌아오는 길에 오리들을 좀더 살펴보려고 지나온 길을 다시 걸어내려오는데 왜가리가 보입니다. 

어느 때보다도 홀로 고고하게 있는 모습이 멋집니다. 


오리들은 벌써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오리들이 머리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두었습니다. 

친구는 주변을 잘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아마도 농2가 공격받고 난 다음, 주변을 더욱 경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리들의 쉬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지 않았습니다.

어두워져서 플래시가 터져 휴식을 방해할까봐요. 

플래시 없이는 주변의 불빛이 부족해서 사진이 잘 찍히지 않거든요.


아무튼 오리들이 편안한 밤을 맞기를 바라면서 집을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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