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오리(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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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천의 하얀 집오리들과 야생오리들(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지난 5월8일에 집오리들을 본 이후에 2주만이군요. 그 사이 낮기온이 최고 29도까지 오른 날도 있었고 미세먼지가 최악인 날도 있어 오리들이 과연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집오리 두 마리는 풀 속에 있어 잘 보이질 않고 한 마리는 풀 밖에 늘어져 있는데 자세가 좀 이상하네요. 오리들이 이런 자세로 쉬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발이 아픈 걸까요? 아무튼 집오리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만족스러웠지요. 안양예술공원의 APAP 작품들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삼성천 옆 인도에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청둥오리 수컷도 물 위에서 올라와 있네요. 이 야생오리들은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야생오리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쉽지 않은데, 운이 좋은 날입니..
2023.06.07 -
눈 위의 오리 발자국
우리 하천의 텃새로 만날 수 있는 야생오리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입니다. 청둥오리 수컷은 여름철이면 자취를 감추었다가 날씨가 좀 서늘해지면 나타나기도 하지만 청둥오리 암컷은 사계절 내내 하천에서 보입니다. 어느덧 청둥오리도 텃새화가 된 것이지요. 흰뺨검둥오리는 1950년대에는 겨울철새였지만 이후 우리나라의 텃새로 자리잡아 지금껏 우리나라 대표적인 텃새오리예요. 올겨울 눈이 내린 하천가에 남겨진 오리 발자국이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눈 위에 그려진 귀여운 오리발자국. 한참동안 바라보아도 질리지가 않군요. 얼어붙은 하천의 얼음 위로 미끌미끌 이동하는 흰뺨검둥오리. 얼음 위를 비틀거리면 걸어가는 오리들의 모습은 겨울에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난 풍경입니다.
2023.02.03 -
집오리 바미의 한낮, 야생오리들 곁에서 헤엄치기
대교 아래 작은 섬 위에 집오리 바미가 보입니다. 지난 번에는 이곳에서 물닭을 만났었지요. "바미야, 안녕~" 자기 섬을 바꾸었는지, 아니면 오전 중 나들이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깃털도 고르고 바미가 저를 바라보네요. 누군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신경이 쓰이는 걸까요? 바미가 홀로 있는 모습이 좀 가엽게 보입니다. 바미를 만나서 안도감이 들어 저는 볼일을 보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살펴보니 바미가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섬을 떠나 상류쪽으로 헤엄쳐갑니다. 어디를 가는 걸까요? 근처에 흰뺨검둥오리들이 보입니다. 혼자 있기가 심심해서 흰뺨검둥오리들과 어울리려는 걸까요? 좀더 상류쪽의 섬으로 이동했습니다. 섬 위에는 흰뺨검둥오리들도 보이네요. 제가 바미를 알게..
2021.03.19 -
눈 내리던 날, 하천의 오리들, 청둥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지난 12일 오전 하천가를 걸어 치과를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오후 1시를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거의 2달 만에 치과를 갔으니까 이 길을 걷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지요. 우리 동네쪽 하천가는 길이 눈으로 덮혀 걷는 데 무척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치과와 가까운 쪽 보도는 햇살이 좋아서 눈이 대부분 녹아 걷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리들이 모여서 사는 곳을 지날 때 혹시나 오리들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쇠오리로 보이는 오리가 있군요. 몸의 깃털이 얼룩덜룩한 짙은 갈색인 쇠오리는 암컷 쇠오리입니다. 눈에 앉아 있는 까치들도 보이고 하천에는 청둥오리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청둥오리를 이곳에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이날 늦은 오후에는 함박눈이 엄청 내렸지요.) ..
2021.01.17 -
집오리들이 떠난 곳에도 봄은 오고
늦은 아침식사를 나고 하천가로 나갔습니다. 오후에는 미세먼지가 더 많아진다는 보도에 서둘렀지요. 지금은 이곳을 떠나버린 집오리들이 살던 곳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풀이 초록으로 파릇파릇하고 하천가에는 개나리꽃이 노랗게 불타올랐습니다. 집오리는 없지만 야생오리들은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야생오리들마저 보이질 않으니 마음이 허전하네요. 농원이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곳에도 풀들이 자라올랐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청둥오리들이 보입니다. 반가웠어요. 쉬는 시간인가 봅니다.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터오리도 보이네요. 집오리들이 숨어 지내던 곳에는 지난 해 풀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군요. 곧 새 풀들이 자라서 시든 풀들을 밀어내겠지요. 이렇게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이 순리라고 봅니다. ..
2020.03.26 -
하천오리 시리즈 에필로그, 집오리들 모두 하천에서 사라지다
지난 9월 중순 농원이 홀로 남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하천오리 시리즈'를 접었었지요. 이후 농원의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농원이 9월 30일날 행방불명되고 나서 한동안 우울했던 탓에 더는 집오리 관련 글을 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씁니다. 지난 9월 16일날 하천가를 찾았을 때 농투의 죽음 소식을 접했고 그리고 9월 20일에 농원 곁에 있는 새로운 집오리를 발견했습니다. 집오리 주인 아저씨가 시장에 가서 집오리 한 마리를 사서 농원곁에 두었다는 소식을 개사료 할머니께 전해들었습니다. 그 오리에게 '시오'라는 이름을 주었었지요. 9월 24일 하천가를 찾았을 때 농원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겁이 많아진 농원은 더는 사람 가까..
2019.12.29 -
집오리 또 한 마리는 어디 있는 걸까?(하천오리시리즈187)
날씨가 너무 흐립니다. 곧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에보가 있어 추석 전날 오리들 밥을 주러 가야겠는데... 비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좀 염려가 되네요. 지난 일요일(9/8), 태풍 링링이 지나간 다음날, 하천가로 나가보았습니다. 태풍의 바람이 너무 세서 오리들이 과연 잘 피해 있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가는 길목에 참새떼가 모여 식사중이네요. 자람섬 위에 서 있는 흰뺨검둥오리의 모습도 보입니다. 무사히 태풍을 견뎌낸 오리겠지요?그런데 자세히 보니, 오리가 발이 불편해보입니다. 자꾸 발 하나를 바닥에 딛지 못하고 떼었다 놓았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마치 발레리나처럼 불편한 한 쪽 다리를 쭉 펴 봅니다. 다친 것 같은데... 태풍 때문인지, 아니면 물고기 때문인지... 알길은 없지만 걱정스럽네요.가까이서..
2019.09.12 -
오리들, 개사료 때문에 뚱보되다(하천오리시리즈183)
지난 주 토요일(8/24), 친구가 방문했는데, 이 친구와 함께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 친구는 오리들의 밥을 주는 덕맘 역할을 한 적이 있어서 오리들의 근황이 궁금할 것 같았습니다. 집오리 동번과 서번을 큰다리1 아래서 불러보았는데, 대답을 하고는 도무지 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리들을 찾아 좀더 하류로 내려갔지요. 돌다리 3 근처에 도착해서 돌다리에서 보니 동번과 서번도 보이고 야생오리인 청둥오리 암컷 한 마리도 보였습니다. 청둥오리 먼저 헤엄쳐 오기 시작했습니다. 보니까 에밀리네요. 벨과 스윅의 어미인데 딸들을 독립시킨 후 홀로 지내는 중이지요. 뒤따라온 동번과 서번이 에밀리 곁으로 이동하니까, 에밀리가 피합니다. 예전에 딸들을 데리고 있을 때는 동번과 서번이 피했는데 말이지요. ..
2019.08.29 -
오리들, '너무' 배부른 날(하천오리 시리즈 179)
오늘은 하루종일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쳤다 하면서 비가 오락가락한 날이었습니다. 비 덕분에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서 좋긴 했지요. 지난 수요일(8/14), 낮 최고기온이 34도였던 날, 오리들과 덕맘들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큰다리1 아래서 오리들을 부르니 동번과 서번이 귀여운 걸음으로 달려옵니다. 동번과 서번 살찌우기 작전을 위해 잡곡을 조금 더 주기로 했습니다. 오리들의 식사를 끝까지 지켜보질 못하고 오리 세 식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오리들에게 잡곡을 주는 곳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계셨습니다. 시간이 저녁 6시를 조금 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시니 우리는 이 날 먹이를 주지 않기로 하고 멀리서 살펴보기로..
2019.08.17 -
청둥오리 자매를 향한 집오리의 경고(하천오리 시리즈171)
지난 목요일(8/1), 장마가 끝났다고 했지만 새벽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이 비는 장마가 아니라 무더위와 관련한 스콜이라더군요.장마건 스콜이건 비가 쏟아지면 오리들이 무더위를 걷어낼 수 있어 좋겠지만 먹이를 스스로 구할 수 없어 배고픔으로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요. 수요일날 오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목요일 오전에 비가 약해진 틈을 타서 우산을 받쳐들고 오리들에게 밥을 주러 갔습니다. 큰다리1 아래에서 오리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비 때문에 오리들이 머물 장소가 없어서 오리들이 큰다리1에서 좀더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은 이 오리들이 처음 버려졌던 곳(오리땅A)이기도 합니다. 오리들을 부르니 대답을 하면서 헤엄쳐옵니다. 하천이 누런 흙탕물이 되서 오리들이 스스..
2019.08.05 -
집오리의 밥을 노리는 새끼 청둥오리들(하천오리 시리즈169-2)
월요일(7/29) 오전, 오리 세 식구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배고픈 오리 세 식구, 야일이 농원과 농투를 부리로 찌르면서 혼자 잡곡을 독점하려 하는 것까지 이야기했지요? 야일은 집오리 농원과 농투보다 자신이 먼저 잡곡을 충분히 먹길 원하는 다소 이기적인 오리인데,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농원과 농투에 대한 부리찌르기가 더 심해지고 심지어 물기까지 합니다. 농원은 야일의 부리찌르기와 물기를 피해 조금 거리를 두며 조심하면서 잡곡을 챙겨 먹는 반면, 농투는 야일의 폭력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농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잡곡을 먹습니다. 오리 세 식구끼리 잡곡 쟁탈전을 하는 동안, 갑자기 야생오리 두 마리가 다가옵니다. 식사를 하다 말고 오리 세 식구는 청둥오리들을 경계합니다. 청둥오리 암컷이 서로 떨어져..
2019.08.02 -
오리, '매미허물 말고 뭔가 특별한 먹을 것 없어?'(하천오리 시리즈 166)
지난 목요일(7/25)은 온종일 비가 왔다 그쳤다 했던 날이었습니다. 온종일 하늘은 찌푸린 데다 저기압이라 컨디션도 그리 좋지도 않았지요. 이날은 전날 오리들을 만나지 못해서 오전에 오리들을 보고 오자 싶었습니다. 돌다리2에 도착하기 전 자라돌을 살펴보았습니다. 자라돌을 보면 하천물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물이 그리 불지는 않았습니다. 돌다리2로 내려가는 길목에 비둘기와 까치가 모여 있네요. 까치는 어린 비둘기를 향해 날아 비둘기들을 놀래키면서 장난을 치는 듯합니다. 지나가면서 잠깐 웃었습니다.큰다리1에 도착해서 동번과 서번이 있는지 맨홀 위를 보니 집오리들은 없고 야생오리들만 떼로 쉬고 있네요. 거리가 좀 멀어서 영상이 많이 흔들리는 점 양해해주세요. 오리들 주변에 백로 한 마리가 천천히..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