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9. 19: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20여일이 넘는 시간동안 돌봐주지 못해서 하천오리들을 좀더 자주 찾아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시차도 금방 적응하지 못하고, 또 밀린 일들이 쏟아져내려 짬을 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다시 오리들을 찾아간 것은 4일만인 지난 주 일요일.
풀들이 말라버려서 정말 황량한 느낌입니다.
오리들은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다가오지만 항상 그렇듯 거리를 유지하고 쉽사리 앞서 나오지는 않습니다.
겨울철에는 해가 일찍 지니까 좀더 일찍 나와서 밥을 줘야겠다 싶네요.
한낮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덜 추울테구요.
오리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건성건성 지켜보는 것이 편안해서 좋습니다.
기장을 열심히 먹어주는 오리들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야생오리로 보이는 야1이까지 이렇게 기장을 잘 먹게 되다니 신기한 일이지요.
지난 4일 전에 비해서 농1의 텃세가 좀 줄었습니다.
하천가의 나무들은 잎을 거의 다 떨어뜨렸고 풀들도 대부분 말라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녹색빛을 띤 잎들이 있는 것이... 본격 겨울철은 아닙니다.
오리들이 본격적인 겨울이 되면 더 배가 고프지 않을까 싶지만...
좀더 자주 와서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날따라 야1이 일찌감치 식사를 접습니다.
뭔가 먹은 것이 있는 걸까요?
기장을 거의 먹었을 때즈음 누룽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일단 야1이부터 던져주었지요.
농1이 잽싸게 야1의 곁으로 와서 빼앗아 먹으려하는군요.
농1과 농2도 먹는 기장을 팽개치고 누룽지 먹기에 열중하는 것으로 봐서 누룽지가 기장보다 맛있나 봅니다.
멀리 청둥오리는 이쪽에 벌어지는 일에 관심도 기울지 않고 지나갑니다.
야1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이번에는 멸치를 던져주었습니다.
말린 멸치는 소금기가 있어 나쁘니 물에 소금기를 뺀 삶은 멸치를 주었습니다.
잘 먹네요.
농1과 농2도 삶은 멸치는 너무 좋아하네요.
아무래도 누룽지나 삶은 멸치가 기장보다 훨씬 맛있나 봅니다.
계속 물 속에서 멸치와 누룽지를 뒤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사람이나 오리나 좀더 가공된 것, 불량한 먹거리에 더 끌리나 봅니다. ^^
좀전의 누룽지와 멸치의 여운이 남은 탓인지 농1은 다시 돌아와서 남은 기장을 먹으면서도 계속 물 속과 물가를 오갑니다.
그런데 야1은 다시 기장을 먹으러 오질 않고 계속 물속으로 고개를 넣어 뭔가를 먹는 듯한데... 무얼 먹는 걸까요?
농1과 농2가 멸치와 누룽지를 그리워하면 다시 물 안으로 돌아간 동안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야1이 다시 물가로 와서 혼자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농1과 농2의 텃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잠시 자리를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날 하천오리들이 충분히 배불리 식사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좋군요.
너무 살이 찌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날은 다른 유기오리 두 마리에게도 누룽지를 나눠주었습니다.
이 오리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과자를 많이 얻어먹어 아무래도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굶는 것보다는 낫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