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6. 08: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이번 주 화요일(3/12), 오후 느즈막히 하천가를 향해 나갔습니다.
해가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6시가 넘어도 해가 넘어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오리밥을 주러가는 시간도 조금씩 뒤로 미뤄야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청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속으로 '떠나지마라'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려봅니다.
유기오리 커플은 어디 간 것인지 보이질 않고 오리 세식구의 영역인 오리 섬1로 곧바로 왔습니다.
오리들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바로 알아 보네요.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고...
그런데 야일이 너무 거칠게 농투를 귀찮게 합니다.
몰고 찌르고... 기운을 다시 되찾은 것은 분명한데, 농투를 괴롭히니 마음이 좋지 않네요.
문득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농투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농원 곁에서 기장을 먹습니다.
이제 야일은 농원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야일이 기세 등등한 것은 어쩌면 이 두 오리들보다 더 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6개월은 어릴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두 오리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야일이 충분히 성장했다는 뜻이겠지요.
농투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나옵니다.
먹을 것을 더 달라는거죠.
이어 농원도 뒤따라 나옵니다
며칠 사이 정말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야일의 태도가 거칠어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네요.
배가 고프면 훨씬 공격적으로 먹이경쟁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준비해간 멸치를 주기로 합니다.
멸치는 소금끼를 뺐습니다. 혹시 신장이 고장날까봐요.
사람이 너무 세차게 부는 날이라서 멸치 던져주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줘보니 바람이 생각만큼 거세지는 않네요.
차례로 거리를 조정해가면서 멸치를 나눠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리들이 멸치를 따라 너무 뛰어다니니까요.
멸치를 모두 준 다음에도 혹시 물 속에 떨어진 멸치가 있나해서인지 물 속을 뒤지면서 찾아봅니다.
농투와 농원이 자리를 비운 뒤에도 야일은 혼자서 다시 기장 먹기를 계속합니다.
농투와 농원은 풀을 먹으러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풀을 먹고 다시 물가로 내려갑니다.
야일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홀로 계속해서 기장먹기에 집중합니다.
농원과 농투는 충분히 먹어 그리 배고프지 않은지 좀더 느긋한 모습입니다.
오리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습지의 풀이 좀더 자라올라왔습니다.
봄이 한걸음 한걸음 우리 곁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유기오리커플이 섬에서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리들이 좀더 말라보이는데... 그동안 만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먹이줄 곳도 마땅찮아서 먹이를 잘 주지 못했던 것이 신경이 쓰입니다.
먹이는 줘야겠고... 친구는 할 수 없이 움푹 들어간 물가의 물 속에 기장과 누룽지를 쏟아주었습니다.
그곳이라면 물살에 쉽게 떠내려가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요.
만약 떠내려간다면 잉어밥이 되겠지요.
오리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바람이 세찬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