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헤어지기 아쉽네...'(하천오리 시리즈94)

2019. 3. 14. 10:28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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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일주일 계속되더니 마침내 먼지가 걷힌 날, 지난 주 목요일(3/7), 나들이를 무조건 나가고 싶은 날이었지요.

그래서 오리들을 찾아 하천가에 나갔습니다. 

전날 유기오리 커플에게 먹이를 주지 못했기에 이날은 꼭 이 오리들에게 먹이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요즘 이 오리들은 평소 먹이를 주던 밥돌 근처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먹이를 줄 다른 장소를 찾아봐야했습니다.  

마땅히 기장을 놓아줄 곳을 찾지 못해서 이 날은 물이 얕은 곳을 이용해 누룽지만 던져주었습니다. 

물에 기장을 던져주면 기장은 떠내려갈테니까요. 

충분히 먹이를 주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삶을 유지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오리 세 식구가 머물고 있는 곳에 가보니 야일이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앗! 야일 근처 물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ㅜㅜ

오리를 향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걸까요?)

오리섬 1 주변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니 쇠오리 커플만 보이네요. 

도대체 농원과 농투는 어디로 간 걸까요?

야일이 덕맘을 알아보고 혼자 꽥꽥하며 헤엄쳐 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일은 농원과 농투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왔을 뿐인데, 이제는 우리를 알아보고 혼자서도 다가오네요. 

지난 번 앓았을 때 신경써서 돌본 것이 야일이 우리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나 봅니다. 

일단 야일에게만이라도 기장을 주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농원과 농투에게도 먹이를 주기로 하고 말이지요. 

돌아오는 길에 보니 농원과 농투, 야일이 모두 있네요. 

산책하는 내내 농원과 농투가 보이질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내내 불편했는데, 이렇게 모두 안전하게 있는 것을 보니 기쁩니다. 

혹시나 누군가 우리 오리들을 잡아가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했거든요. 

열심히 식사하는 오리들을 보니 마음이 좋습니다. 

야일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나 봅니다. 

가끔 농투를 부리로 콕콕 찌르는 광경을 보니 기운이 나나 보네요. 

하천물이 나날이 너무 얕아지고 있네요. 

그래서 수질이 나빠지고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언제 비가 내리려는 걸까요?

농원과 농투가 풀을 먹기 위해서 뭍으로 올라옵니다. 

풀들이 파릇파릇 고개를 드니 오리들의 먹을거리가 더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기온도 조금씩 오르고 하천가 풀들도 나날이 푸르러지고 오리들도 이렇게 뭍에 올라 풀을 먹으며 여기저기 걸어보고...

농원과 농투는 1년 전 봄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처음 하천가에 버려져서 어리둥절 적응해가던 그 시절을 말이지요.

해가 기웁니다. 

이제 이 식사가 끝나면 오리들은 잠을 청하겠지요. 

농투는 부지런히 다니면서 풀을 먹습니다. 

풀을 먹는 오리들을 두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돌다리를 건너 쓰레기통에 유리조각을 버리러 갔습니다. 

지난 겨울, 오리 먹이를 주는 곳에 누군가 버린 깨진 소주병조각들을 발견하고 주워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땅에 단단히 얼어붙은 유리조각 하나는 결국 포기하고 봄에 버리기로 했었지요. 

오리들이 뭍에 오가면서 발을 다칠까봐 그 남은 유리조각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던 참이었습니다. 

멀리서 우리를 다시 발견한 오리들이 돌다리까지 뛰어옵니다. 

마치 우리와 다시 만나 반가운 듯 했습니다. 

물론 먹이를 더 달라고 조르지는 않았지요. 

다만 우리 근처에서 먹이를 먹으려고 달려온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오리들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마른 풀과 하천물 사이에서 스스로 먹이를 구합니다. 

야일은 농원과 농투를 따라오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혼자 울고 있습니다. 

조금 바라보다 오리들을 두고 돌다리를 건너 왔습니다. 

무사히 하루의 마무리를 잘 하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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