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의 봄날 늦은 오후(하천오리시리즈106)

2019. 4. 9.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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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에는 오리를 만나러 가지 않았고, 목요일날 잡곡을 들고 하천을 찾았습니다. 

사실 월요일에 누군가 유기오리 커플에게 콩을 잔뜩 제공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좀 느긋해진 탓도 있었습니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장을 보고 오리들을 만나러 가는 참이라서 돌다리를 건너야 했습니다. 

그런데 돌다리 근처에 동번과 서번이 있어 깜짝 놀랐지요. 

우리는 돌다리를 건너 먹이를 주기 위해 이동을 했지만 동번과 서번은 돌다리를 넘어오질 못하고 우왕좌왕합니다. 

아이들이 돌다리 위에서 오리구경을 하느라 오리들이 지나가야 할 통로 근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나갈 길이 막히니 오리들이 어쩔줄 몰라 했던 거지요.

겨우 돌다리를 지나쳐 우리를 향해 다가옵니다. 

우리는 오리들이 헤엄쳐 오는 모습을 멀리 지켜보았습니다. 

물이 얕고 물살에 잘 밀려가지 않을 만한 움푹한 곳에 잡곡과 누룽지를 물 속에 던져주었습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하는 중에 청둥오리가 다가옵니다. 

혹시나 하고 청둥오리를 살펴보았는데, 겨우내 좋아했던 그 청둥오리가 아니네요. 

이 오리는 지난 주 월요일날 만났던 그 오리로 보입니다.

청둥오리 커플은 확실히 먼 길을 떠났나 봅니다. 

오리 세 식구를 찾아보는 데 보이질 않네요. 

친구는 오리섬1 주변을 배회합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오리섬3 너머에 있었습니다. 

우리를 발견하고 헤엄쳐 오네요. 

농원과 농투가 먼저 다가옵니다. 

야일은 항상 조금 뒤에 머물러 기다립니다. 

나눠준 잡곡을 냠냠. 

요즘 야일은 농원도 농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식사가 방해된다 싶으면, (아니 배가 많이 고프면)

농원도 농투도 부리로 쪼아댑니다. 

농투는 야일의 성가신 부리쪼기를 피해서 안전하게 농원 곁에서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먼저 끝낸 야일은 헤엄쳐 가버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농원은 끝까지 곡식 한 톨도 허투루 남기지 않고 챙겨 먹습니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농원이 귀엽네요. 

농투는 야일이 성가시게 굴기 시작한 시점부터 식사 도중 하류쪽으로 이동해서 떠내려간 곡식을 건져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농투 덕분에 떠내려간 곡식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서 마음이 좋습니다. 

하천가에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이제 나물캐는 할머니들을 자주 봅니다. 

농투의 식사도 끝이나고...

식사를 끝낸 야일은 털을 고르고...

농원은 끝까지 물속의 곡식찾기를 계속하고...

개나리꽃이 만발한 하천의 오리들의 시간을 평화롭기만 합니다. 

어느덧 봄날이 성큼 우리 곁을 다가왔네요. 

이날은 오리들이 모두 그리 많이 배가 고프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도 좋고, 오리들도 배부르고... 우리 마음도 편안하고... 좋은 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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