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들을 둘러싼 말말말

2020. 8. 1. 19:25동네하천에서 만난 새/거위들과 짧은 만남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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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로 하천은 온통 흙탕물이 되었다.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어 멀리서는 사진도 잘 찍히질 않았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발걸음을 멈추고 거위를 보시면서 내게 말을 건넨다. "거위가 있네." 나는 웃으며 "네"라고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위가 있는 곳 근처로 가보았다. 

이미 다리 위에서 보았을 때 거위 주변에는 배추잎이 널려 있었다. 

내가 거위들 주변으로 다가갔을 때 어떤 할머니가 밥과 콩을 거위에게 주고 계셨다. 

할머니는 "거위가 밥을 잘 먹네. 다음에 밥을 더 가지고 와야겠어."하신다. 

거위들은 계속해서 캐캐캑이라고 짖으며 식사를 이어간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일가족도 거위들이 신기한지 바짝 거위들에게 다가선다. 

거위들은 사람들이 몰려드니 캐캐캑!이라고 더 짖어댄다. 아이들은 "오리다!"하면서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는 거위들을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다리 위로 이동했다. 

흐린 하늘이지만 먹구름이 좀 가셔서인지 다행히 사진이 나오긴 했다. 

거위들은 열심히 먹고 또 먹고...

주변의 풀은 여전히 넘어진 상태다. 

오고가면서 먹을 것을 주는 할머니들이 많아서 거위들이 배를 곯지는 않을 것 같다. 

다리 위에서 거위들을 내려다 보시던 한 할머니는 "누가 거위를 버렸어."하신다. 

마침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와 한 할머니는 거위냐 오리냐로 실랑이를 하신다. 

할아버지는 "거위는 훨씬 커."라고 하시고, 할머니는 "저런 오리가 어딨어. 거위지."하신다. 

 

거위들 덕분에 오고 가는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다들 한 마디씩 나눈다.  

 

멀리 하트섬 근처에는 백로가 머물고 있다. 

한 할머니는 "저기 왜가리도 있네."하신다. 

 

오리건 거위건, 왜가리건 백로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의 거리두기도 잠시 잊고 경계심도 풀고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된 하천의 새들. 갑자기 나타난 거위는 분명 사람들에게 소통의 기회가 되고 우울을 걷어주는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나만 해도 하천가 산책이 훨씬 더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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