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하천오리 시리즈64)

2018. 11. 6.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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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오리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평안함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땅을 밟는 기쁨, 계절을 느끼는 행복감도 안겨줍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낙엽이 길을 훨씬 더 덮고 있었습니다. 

나무들이 잎을 더 많이 잃고 있습니다. 

겨울이 더 가까와진다는 뜻이겠지요.

지나가는 길이니 두 마리의 유기오리 커플도 잘 지내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 이 오리들은 하1, 하2로 부르려합니다.

전날 기장을 주려했지만 거들떠도 보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지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별 수는 없네요. 

올 겨울에 이 오리들에게는 누룽지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먹고 있는 듯해서 좀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많이 말랐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여름날 버려졌을 때는 무척 통통한 모습이었는데 말이지요. 

은빛 억새의 물결치는 모습이 주위 단풍들과 어우러져 멋집니다. 

오리섬1 앞에 오리섬 2가 다시 생겨났습니다. 

그동안 사라졌었는데 다시 상류에서 실려온 흙들이 모여들었군요. 

먼저 도착한 친구가 오리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제가 달려가서 오리들을 불러왔습니다. 

오리들이 제 목소리도 아는 걸까요?

물까치떼들이 물을 마시려고 하는 것인지 수영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물에서 놀고 있다가 사람들의 발자국소리, 목소리에 놀라 달아납니다. 

소리가 들리면 날아갔다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고...

물까치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오늘도 오리들은 무사하고 편안히 저녁식사를 즐깁니다. 

식사하는 오리들을 두고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둑어둑합니다. 

하수를 정화해서 만든 물길 위에 돌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 물을 맞고 있습니다. 

친구말이 주말 이틀동안 하천가에 예술작품을 전시한다고 하네요. 

그 중 하나인가 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다 보니, 고문광경이 떠올랐습니다. 

'매달려서 물고문 당하는 돌'로 느껴지는 것이 썩 즐거운 광경은 아니네요. 

조금 더 걸어가니 셀룰로이드지 같은 것이 빛을 반사하며 매달려 있습니다. 

지는 햇살을 반사하며 흔들리는 모습이 작은 등처럼 보여 예쁘네요. 

멀리 뭔가 모여 있는 것들이 보입니다. 

저것도 작품이겠지요. 

집으로 가는 길이라 돌다리를 건너가서 보고 돌아오고 싶지 않아 멀리서 바라보고 말았습니다. 

나무 끝에 새집이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인데... 맞을까요?

다리 위에 [학의천에서 예술찾기]를 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친구가 말한 것이 이것이로군요. 

학운교에서 수촌교 사이에 전시하는 모양입니다. 

풀에 종이쪽지 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만져보니 진뜩거리는 종이입니다. 

풀에다 이런 스티커를 붙이다니...

나중에 제대로 제거할 지 모르겠네요. 

하천가의 전시라면 친환경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자세는 좀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 동그란 알 같은 것은... 아마도 저것도 전시물이겠지요. 

하천가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놀듯이 뭔가를 해보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놀이가 뭘지는 좀 고민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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