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4. 11:33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수요일 오후. 하천가.
일단 유기오리 커플을 살펴보았습니다.
삶은 멸치를 주려고 가져왔는데 젓가락을 잊었네요.
할 수 없이 손으로 멸치를 던져줬습니다.
맨손으로 젖은 멸치를 던져주려니 손이 시립니다.
그런데 물이 깊어서였는지 오리들이 미처 먹지 못하고 가라앉은 멸치는 포기합니다.
오리들이 깊이 잠수하지는 못하나 봅니다.
다음에는 얕은 물에서 먹이를 줘야겠구나 생각했지요.
오리 세 식구는 오리섬 1에서 머리를 파묻고 쉬고 있습니다.
오리를 부르니 야1이 제일 먼저 고개를 듭니다.
그런데 농1과 농2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지레 포기하네요.
그런데 농1과 농2가 반응하니 뒤늦게 야1도 따라옵니다.
조금 뒤처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물을 지치네요.
결국 야1이 1등으로 도착합니다.
야1, 농2, 농1가 차례로 도착해 기장을 다 뿌리길 기다립니다.
야1이 어느새 살이 많이 올랐다 싶습니다.
나란히 기장을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이날은 농1의 야1에 대한 텃세가 심하지 않았습니다.
야1과 맹렬히 싸웠던 농2도 평소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사이좋게 먹이를 먹으니 얼마나 좋아, 하면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잠시 보다가 가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농1의 텃세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네요.
야1이 알아서 자리를 피합니다.
농1이 과격하게 공격하지 않고 눈치만 줘도 야1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것을 봐서
이들 사이의 서열은 이미 결정나 있나 봅니다.
오리들이 어느 정도 기장 먹기를 끝낼 즈음 유기오리 커플을 주고 남은 멸치를 던져줬습니다.
손도 시려운데 멸치 냄새 때문에 불편함이 크네요.
오리섬 5에 청둥오리 커플이 등장했습니다.
청둥오리 숫컷의 깃털 색이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식사하는 동안 이 아름다운 야생오리에 시선을 빼앗겼어요.
오리들도 어느덧 식사를 끝내고 멸치의 여운을 잊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리들을 두고 얼른 자리를 떴습니다. 장을 보러 가야해서요.
저는 비린내 나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야1이 청머리 오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잡종이 아니라요...
농2를 따라다닌 것은 농2가 청머리 오리 암컷으로 착각해서가 아닌가 싶네요.
청머리 오리 암컷이 갈색깃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