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0. 00:19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함박눈이 내린 지난 주 목요일날, 오리들이 걱정되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누룽지와 기장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청둥오리 커플을 보니 오리들이 눈이 오는 걸 그리 불편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천가의 오솔길은 눈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주변의 마른 풀들도 눈을 뒤집어 썼습니다.
또 다른 청둥오리 커플이네요.
눈이 오건 말건 몸단장에 바쁩니다.
이미 앞서간 발자국이 눈 위에 흩어져 있네요.
일단 유기오리 커플은 어떤지 살펴보았습니다.
눈 위의 까치가 한 폭의 그림처럼 보입니다.
유기오리 커플에게 누룽지를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누룽지를 주는 것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물이 깊어서요.
친구가 앞서 눈길을 걸어갑니다.
다리가 보이면 오리섬이 가까워온다는 뜻입니다.
징검다리 너머로 보이는 섬이 바로 오리섬1이지요.
눈이 내려 오리섬 주변의 풍경이 달라져 보입니다.
길게 늘어난 오리섬 1도 눈이 덮혀서 그 모습이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오리섬5 위에 눈이 하얗게 내렸습니다. 오리들이 보이질 않네요.
꽃도 지고 잎도 떨어진 무궁화나무 옆으로 난 길로 내려가 보려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다음 순간 그대로 미끄러져버렸습니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 충격으로 3일동안 엉덩이가 욱씬거려 혼이 났습니다.
제가 미끄러진 자국이 그대로 남았어요.ㅜㅜ
오리 세 식구가 보이질 않아 오리섬 3쪽으로도 가보았습니다.
계속 기웃거리면서 살펴보았는데도 오리가 보이질 않아서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오려고 오리섬 1쪽으로 걸었습니다.
오리들은 다들 어딜 간 걸까요?
화장실을 가려고 징검다리를 걷다가 오리들을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물 속으로 고개를 박으며 뭔가 먹고 있는 듯합니다.
얼마나 반가운지요!
화장실을 다녀오니 친구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하는 중이군요.
땅이 눈에 덮혀서 기장을 주기 어렵겠다 판단해서 누룽지를 준비해 왔습니다.
오리들이 꽥꽥 거리면서 누룽지 먹기에 바쁩니다.
누룽지 식사가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빨간 파카를 입고 오리들을 지켜보는 친구의 모습이 마치 산타클로스 같네요.^^
청둥오리 커플이 지나갑니다.
오리들이 던져준 누룽지를 먹는 동안 청둥오리들은 멀찍이서 헤엄칩니다.
청둥오리커플이 오리섬5을 건너옵니다.
오리 세 식구는 물 속에서 누룽지를 찾느라 바쁩니다.
저는 청둥오리에게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야생오리인 청둥오리들의 세계와 인간에게 기대서 먹이를 구하는 유기오리들의 세계는 다른 것 같습니다.
야생오리들은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하고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새들이니 유기오리들과는 세상을 이해하는 법도 다르겠지요.
청둥오리들이 오리 세식수를 향해 다가옵니다.
오리섬 5 위에 까치가 날아왔습니다.
청둥오리들이 오리 세 식구 가까이 다가왔어요.
친구는 유기오리들이 다들 숫컷으로 보이니 야생오리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합니다.
야생오리 커플로부터 암컷 오리와 짝짓기를 하려면 싸움에서 승자가 되어야겠지요.
과연 유기오리들이 야생오리와의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리들을 두고 집으로 향하다가 또 다른 오리 커플을 발견했습니다.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물 속에서 먹이구하기에 분주합니다.
다음 순간 오리들이 눈에 덮히지 않고 아직 마르지 않아 녹색빛을 띠고 있는 풀을 향해 가더니 냠냠 맛나게 먹었어요.
오리들은 독이 없는 풀이라면 녹색풀을 모두 먹는 걸까요?
요즘 우리 하천을 찾은 야생오리들이 많아서 이들 오리들을 구경하느라 자꾸 걸음이 처집니다.
야생오리들이 너무 예뻐서 말이지요.
아무튼 눈은 겨울새인 오리들에게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가 결론입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