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와 숨바꼭질(하천오리 시리즈147-2)

2019. 7. 2.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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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리섬2에 서서 오리섬1에 머물고 있는 야일과 농투를 아무리 불러도 잡곡을 먹으러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지요? 

농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아서 마음 불편하게 찾아다녔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런데요...

농투가 풀 속에 튀어나온 겁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군요.

그리 애타게 불렀는데도 반응을 하질 않더니...무슨 마음으로 불쑥 튀어나온 걸까요?

일단 농투는 오리섬1에서 물을 조금 마시며 천천히 우리를 향해 헤엄쳐왔습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잡곡을 놓아둔 곳으로 와서는

평소와 다름 없이 식사를 합니다. 

농투가 다가와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야일과 농원은 식사하러 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물론 농투도 야일과 농원을 부르지도 않구요.

농투라도 와서 식사를 하니까 마음의 불편함이 좀 걷힙니다. 

무엇보다 농투가 잘 살아 있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지요. 

지난 여름 농삼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한 마리 오리가 보이지 않으면 심장이 쿵광콩광 뜁니다.

혹시나 죽었을까 봐요. 

농투의 볼록했던 뒷배가 홀쭉해졌고 앞쪽이 불룩한 것을 보니 이미 뭔가를 먹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야일과 농원도 뭔가 충분히 먹었겠지요?


어느 정도 잡곡을 먹고 남긴 농투는 자리를 떠나 농원과 야일 근처로 가서 물 속에서 먹이를 찾아먹으면 이리저리 이동합니다.

하지만 야일과 농원은 그때도 가만히 풀 속에 머물러 있었어요. 


이미 저녁 7시 반을 넘었고 돌아가는 길에 동번과 서번을 만나면 잡곡을 주려면 얼른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해서 자리를 떠났습니다. 

농투가 없어 불편했던 마음, 농원과 야일이 다가오지 않아 섭섭했던 마음도 모두 제 자리를 찾아 마음의 일렁이는 물결이 다시 잔잔해졌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습지 공사장 안쪽에 새로 포장한 길 위에서 자라인지 거북이인지... 아무튼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는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습지 주변에서 보긴 처음인데... 

친구가 가까이서 사진을 찍겠다며 공사장 출입금지를 위해 막아둔 울타리 안쪽으로 몰래 들어갔습니다. 

아래 사진과 동영상은 친구가 찍어 준 것들입니다. 

거북인 것도 같고... 

자라인지 거북인지 찾아보긴 했지만 정확히 모르겠군요. 

이가 있으면 자라, 없으면 거북이라고 하지만...

만약 자라라면, 혹시 농원을 발을 문 장본인이 아닐까?하고 잠시 의심해보았습니다. 

*참고: 동영상이 많이 흔들립니다. 이해하고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이동해서 큰다리1 아래에 도착했을 때 동번과 서번이 큰다리1 하류쪽 맨홀 위에 있었습니다. 

동번과 서번을 불러 잡곡을 주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해가 많이 기울어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기에 촬영은 하질 못했습니다. 

플래시를 터트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지난 토요일날은 오리 세 식구와 동번과 서번, 다섯 오리 모두를 만나 주말 밤이 편안했음을 전합니다.^^



이번 주에는 날씨가 다시 점차적으로 더워져 금요일이 되면 낮 최고 33도에 이른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미리 걱정을 좀 하고 있습니다. 

더위에도 오리들의 안녕을 빌면서...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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