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길가로 올라와 '밥 더 달라!'고 조르다(하천오리 시리즈 158-2)

2019. 7. 20. 13:56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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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7/15)날 갑작스런 폭우로 하천의 물이 늘어나서 흙탕물이 되고 

평소 잡곡을 주던 오리섬2가 거의 물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겨우 오리 세 식구에게 잡곡을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밥돌 근처에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우리를 발견한 동번과 서번은 시끄럽게 꽥꽥거리면서 바윗돌 근처로 다가와서는 조금 거리를 유지하고 잡곡 주기를 기다립니다.

밥돌이 물에 잠겨서 다른 바위에 잡곡을 올려주었습니다. 

하천을 바라보니 오리들이 지내는 섬이 물에 잠겼네요. 

오리들이 잡곡을 잘 먹습니다.

지난 번에 밥돌 위에 어떤 개가 똥을 눈 것을 치우지 않아 구더기가 생겼다고 친구가 이야기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밥돌이 잘 청소가 되어서 다행으로 여겨졌습니다. 

오리 세 식구보다 동번과 서번은 우리와 더 거리를 두기 때문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았습니다. 

벌써 거의 먹어치운 듯합니다. 

배가 무척 고팠나 봅니다. 

오리들이 우리를 향해서 꽥꽥 웁니다. 밥을 더 달라는 거지요.

가지고 있던 우리 간식, 튀밥을 더 나눠주었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오셔서는 친구 곁에 앉아서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네요. 

친구가 이번에는 할머니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날 따라 친구는 사람들과 많은 말을 나눕니다. 

오리들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튀밥도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그리곤 동번이 고개를 들고 우리쪽을 바라봅니다. 마치 좀더 달라는 표정같은데요...

갑자기 풀쩍 뛰어서 길가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우리쪽으로 다가오네요.

그리고는 계속 바라보면서 가질 않네요. 

물론 겁쟁이 서번은 뒤에서 지켜봅니다. 

밥을 더 달라는 것이 분명한데... 더 줄 것이 없네요. 

오리는 정말 한참동안 서 있었습니다. 

동번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밥달라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가 덜 무서워진 걸까요? 

아니면 너무 배가 고픈 걸까요?

결국 더는 주지 않으니 돌아가서 남은 튀밥 한 알, 잡곡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먹으려고 애씁니다. 

이제 정말로 더는 먹을 것이 없나 봅니다. 

깨끗이 먹었네요. 

동번이부터 차례로 헤엄쳐 돌아갑니다. 

오리들에게 먹을 것을 좀더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 만큼 날씨가 나빠서 하천에서 먹을 것을 제대로 구할 수가 없었겠지요.

정말 오리들에게는 무척 힘든 나날들이 계속되는 여름철입니다. 


지난 월요일도 비가 왔지만 오늘도 오전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 때문이겠지요. 

다행히 우리 동네는 폭우가 쏟아지지 않았습니다. 

오리들의 섬도 잠기지 않을 정도의 비였지요. 

지금은 비도 그쳤고... 더위가 한풀 꺾여서 오리들이 오늘은 지내기가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오리들의 평안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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