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청둥오리, 딸들 독립시킨 후 홀로서기(하천오리 시리즈 176-1)

2019. 8. 11. 20:26하천오리 시리즈

말복인 일요일 저녁, 한낮은 넉다운이 될 정도로 더웠는데, 저녁이 되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9호 태풍 레끼마의 영향이겠군요. 

오늘은 오리들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밥을 기다리다 포기했겠네요. 

어제 오리들의 컨디션이 나빠보이지 않았기에 밥을 하루 건너뛰기로 했지요.  

일요일이라서 혹시 산책객 중에서 오리들에게 밥을 주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구요. 

혹시 밥을 준 사람이 없어 배가 좀 고프더라도 빗방울과 바람 때문에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목요일(8/8)은 오늘보다 덜 더웠던 날이었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33도였었지요.

그래서 주초보다 조금 일찍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일몰시간이 오늘만 해도 7시 반. 

해가 지면 오리들이 잘 보질 못해서 식사를 중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저녁 7시에는 오리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맞춰가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녁 6시에도 30도가 넘는 날은 최대한 식사할 시간을 늦추기도 합니다.

산책길을 걷다 보니 하천을 헤엄치는 야생오리들이 보입니다. 

서둘러 가느라 자세히 살펴볼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청둥오리들이 분명하네요. 다둥이들인지...?

이제 다시 우리 하천으로 돌아온 걸까요?

큰다리1 아래서 오리들을 부르고 동번과 서번이 '꽥꽥' 대답하며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평화로운 시간. 

오리들은 밥을 먹을 기쁨에 즐거울 것이고, 우리는 오리들이 오늘도 무사하다는 안도감에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그런데 또 한 마리의 오리가 "꽥꽥" 울면서 다가옵니다. 아마도 삼둥이의 어미인 에밀리겠거니 했습니다. 

다시 하천에 물이 빠지고 나니 하트 모양의 돌무리가 드러났습니다. 

돌작업을 하시는 아저씨께서 다시 복구를 하셨나 봅니다. 

동번과 서번의 식사가 평화롭습니다.

에밀리가 하천을 걸어 다가옵니다. 붉은 발이 정말 귀엽네요. 

동번과 서번에서 좀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면서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생오리입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서 먹을 것을 얻어먹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해서 그 방법을 세 딸 삼둥이들에게도 전수시킨 오리이기도 하지요. 

동번과 서번의 잡곡을 노리기 보다 직접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밥을 얻어먹겠다는 에밀리의 태도가 참으로 대담하네요. 

우리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다가와서는 왔다갔다 합니다. 

'밥 안 주나?'하는 모습입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야생오리와 집오리를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주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야생오리인 에밀리에게는 밥을 주지 않기로 해서 그냥 살펴보다가 자리를 떴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다리1 근처 밥돌 주변에서 다시 에밀리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에밀리가 천천히 헤엄치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옵니다. 

역시나 '밥 안 주나?'하는 태도네요.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천천히 섬쪽으로 돌아갑니다. 

에밀리가 떠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는 것, 그리고 건강상태가 더 좋아보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 5월초부터 7월초까지 약 2달동안 삼둥이를 키우느라 몸이 야윌대로 야위어서 

삼둥이를 독립시키기 직전에는 몸이 새끼들보다 더 작아졌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삼둥이를 독립시키고 한 달 정도된 지금 에밀리가 완전히 몸상태를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밀리를 처음 만난 것이 작년 2월이었는데, 올 4월 한 달간 알을 품었고 5월에는 세 딸의 어미가 되었고 

약 2달간 홀로 세 딸을 키웠고 7월에는 그 딸들을 모두 독립시켰죠. 이제는 홀로 지내는 모양입니다. 

남편이었던 청둥오리는 철새답게 이곳을 떠난 것인지...? 

올 가을에 다시 우리 하천을 찾아와서 에밀리랑 다시 부부로 지낼 것인지...?

아니면 에밀리가 새로운 남편을 얻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날 오리 세 식구의 근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