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5. 01:21ㆍ동네에서 만난 식물/하천가
4월말 가지가 여러갈래로 나누어진 줄기를 가진 나무에 깃꼴겹잎의 어린 녹색잎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무가 무엇일까? 궁금했지요.
그런데 지난 해의 열매가 마른 채 매달려 있는 모습에서 족제비싸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입니다.
족제비싸리 열매는 3월까지 매달려 있다고 하지만, 4월에도 이렇게 볼 수 있네요.
연한 녹색빛의 어린 잎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가지는 녹색빛을 띠네요. 오래된 가지는 회색빛을 띱니다.
깃꼴겹잎의 작은 잎들이 무척 많이 달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지끝에 잎과는 다른, 끝이 붉은 빛을 띠는, 길쭉한 털뭉치처럼 보이는 것, 무엇일까요? 좀더 두고봐야겠습니다.
족제비싸리는 작은키나무로 최대 3미터까지 자란답니다.
4월말 족제비싸리는 떨어져서 보면 어린 잎들 때문에 연두빛을 띱니다.
좀더 서둘러 자란 족제비싸리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가지끝의 털뭉치같은 것들이 좀더 길게 자라 있었습니다.
족제비싸리의 꽃으로 보입니다.
지난 열매도 아직 매달고 있으면서 어린 잎과 어린 꽃을 단 족제비싸리.
꽃은 대개 5,6월에 핀다고 하는데, 4월말 족제비싸리의 꽃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5월초, 족제비싸리의 잎도 좀더 모양이 분명해졌습니다. 아카시나무의 잎을 닮았지요.
하지만 아카시나무의 작은 잎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갯수가 많습니다. 최소 11개에서 최대 25개가 달린다고 하네요.
꽃도 훨씬 더 자라났습니다. 꼬리처럼 길쭉합니다.
꼬리처럼 생긴 꽃이 어긋나게 밑에서부터 피기 때문에 총상화서(송이꽃차례)로 보기도 하고
꼬리같은 꽃 하나만을 보면 꽃자루가 없는 수상화서로 보입니다.
족제비싸리 꽃은 아카시나무의 꽃이 질 때즈음 만개합니다.
그래서 아카시꽃으로 꿀을 얻다가 아카시꽃이 지면 족제비싸리꽃으로 꿀을 얻는다고 합니다.
5월 중순으로 접어들기 직전 족제비싸리꽃은 길쭉한 모양은 갖추었지만 여전히 녹색입니다.
누구는 이 꽃이 족제비꼬리를 닮았다고 하네요.
족제비싸리라는 이름은 줄기나 가지의 냄새때문에, 또 꽃모양 때문에, 꽃색 때문에 붙였다고들 합니다.
녹색 꽃이 피면서 동시에 새 가지도 새 잎도 계속해서 나옵니다.
새잎은 털이 있고 색깔도 흰빛이 돕니다.
족제비싸리는 꽃도 많이 피고 많은 종자를 생산해 쉽게 잘 자란답니다.
그래서 황폐한 땅에 심으면 콩과 식물답게 땅을 비옥하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사방공사에 이용했던 나무라고 하지요.
나중에는 연료로 이용되고, 요즘은 꿀생산에 이용되는 유익한 나무라는군요.
여러 날이 흘러 족제비싸리 꽃이 보라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족제비싸리 꽃은 짙은 보라빛입니다. 꽃가루는 오렌지색이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족제비싸리가 꽃을 피우는 계절로 접어들었나 봅니다.
얼마전까지 아카시나무의 흰꽃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 걸었다면 이제 족제비싸리꽃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할 때가 왔습니다.
족제비싸리꽃의 냄새는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족제비싸리가 우리 하천에 무척 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그런데 원래 족제비싸리는 군락을 지어 산다고 하네요.
수분이 충분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까, 하천가가 살기에 좋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족제비싸리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나무로 생존,성장, 번식 능력이 탁월한 만큼 토착식물을 밀어낼 우려가 있다고 경계하기도 합니다.
족제비싸리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네요.
필요할 때는 마음껏 이용하다가 토착식물을 몰아낸다고 위험한 식물로 취급받으니까요.
족제비싸리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니까, 멀리서도 금방 족제비싸리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길쭉한 진보라빛의 꽃과 오렌지빛의 꽃가루, 그리고 꼬리처럼 길죽한 모양이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꽃을 보다 보니, 족제비싸리의 열매는 언제부터 열리는지 궁금하네요.
(보충) 5일 후 족제비싸리의 꽃은 좀더 활짝 폈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바로 족제비싸리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꽃이 짙은 자주빛으로 만개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짙은 자주빛에 옅은 자주빛이 섞여 있습니다.
꽃의 색깔이 보라빛으로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녹색빛이 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