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라(Datura metel), 악마의 나팔꽃이 아니라 달꽃으로 부르고 싶네

2020. 7. 17. 20:48동네에서 만난 식물/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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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장보러 갔다가 작은 화단에서 만난 다투라(Datura metel). 꽃봉오리는 보이지만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요.

다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독말풀을 뜻하는데요, 그래서 다투라 메델은 흰독말풀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이 식물은 독풀이라 잘못 섭취하게 되면 환각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답니다.   

다투라 메텔은 인도나 동남아시아가 원산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다투라 종은 모두 중앙아시아 원산으로 보고, 

특히 다투라 메텔은 다투라 고유종이 아니라 원예가들이 개발한 종으로 본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식물을 '악마의 나팔꽃'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영향 때문인지 이 식물을 악마의 나팔꽃으로 부르고 있군요. 

아직 꽃봉오리 상태이긴 하지만 꽃이 피면 하늘을 향해 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꽃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 있다고 해서 불경한 식물로 보아 '악마의 나팔꽃'이라고 했다는데...

저는 오히려 하늘을 향하고 있어 하늘을 동경하는 듯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이 식물에게 '악마의 나팔꽃'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지나치고 오히려 '달꽃(Moonflower)'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여겨집니다. 흰색의 꽃에 어울리는 이름같네요. 

인도에서는 이 다투라 메텔을 파괴의 신인 시바신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 식물이 독풀이라서 파괴, 악마, 달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연결시킨 듯이 보입니다. 

악마는 기독교 신앙에서 부정적 존재이겠지만, 생성을 대비시킨 '파괴'나 해에 대비시킨 '달'과 같은 단어는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단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오랫동안 짝수, 여성, 달 등을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했던 가부장적 생각이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넓적하고 잎맥엔 흰 빛이 돌고 짙은 녹색의 두텁고 보드라운 다투라의 잎이 보기가 좋습니다. 

돌돌 말려 있는 꽃봉오리를 바라보면서 이 꽃이 언제 피나? 기다렸지요. 

그런데 장마비가 계속해서 내려서 이곳을 다시 찾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렸습니다. 

그리고 수요일에 장을 보러 가면서 다시 다투라를 살펴보았습니다. 

커다란, 나팔꽃 모양의 흰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한 송이 뿐이네요. 그런데 막 시둘기 시작하는 참이군요.

하지만 아직 꽃봉오리가 많으니 다투라 꽃을 볼 기회는 좀더 있을 것 같습니다. 

피었다 진 꽃이 살짝 잎들 사이에서 보입니다.

다투라 꽃을 좀더 감상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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