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5. 10:14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 바미의 홀로생활
이틀 전, 초저녁무렵 하천가 산책길에 나섰는데, 대교 근처에서 집오리 바미같아 보이는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거리가 있어서 정확히 바미인지 알 수는 없었지요.
자리를 옮겨서 살펴보니 바미가 맞았습니다.
바미는 홀로 하천가에 앉아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앉아 있었지요.
어제도 그저께도 한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초여름날씨여서 초저녁 무렵에도 25도 정도는 되서 바미가 더웠을텐데...
왜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미가 벌떡 일어서네요.
그리고는 주위를 훑어봅니다.
마치 누군가가 주변에 있기나 한 것처럼. 아니면 어떤 낯선 소리를 들었던 걸까요?
역시 바미를 촬영하기 위해 다가서는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한 거네요.
오리는 겁이 많고 민감한 동물이라서 미세한 소리,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경계합니다.
누군가 다가온다 싶으면 - 그 사람이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거리두기를 시도합니다.
위협적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후다닥 달아나지는 않습니다.
경계하면서 조금 다가온다 싶으면 조금 더 이동하고, 다가오지 않으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대비를 합니다.
바미가 지내는 초승달섬은 멀리 보이지 세월교 너머에 있는데, 잠시 나들이를 나온 모양입니다.
저는 풀숲 너머에서 가만히 바미를 지켜보았습니다. 홀로 있는 바미가 좀 안 돼 보였습니다. 바미는 어쩌면 익숙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요...
이날 바미 덕분에 올 봄 푸른 수레국화를 처음 보았습니다.
바미를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떠 다시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대편 산책길에서 바미가 아직 하천가에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여전히 그곳에 있네요.
바미는 언제 자러 가려는 걸까요?
요즘은 일몰시간이 저녁 7시 반정도이니까, 7시가 못 된 시간이라서 아직은 잠자리에 들 때는 아닌 걸까요?
바미는 나르시스처럼 하천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지는 저녁햇살이 따사롭게 보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미 곁에는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있었어요.
거리가 멀어서 줌을 최대로 빼도 선명하게 오리들이 찍히질 않네요.
저녁이라서 일조량이 부족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바미가 슬금슬금 다시 하류쪽으로 이동합니다.
역시 누군가 바미를 사진찍기 위해서 바미쪽으로 걸어가고 있네요.
그 사람들이 더는 바미를 향해 걸어오지 않자 바미도 그 자리에서 멈춤니다.
이날 산책길을 오가면 바미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바미 곁에 흰뺨검둥오리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확인해서 안심했지요.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으니까요.
어제는 조금 더 늦은 시간에 하천가 산책에 나섰습니다.
바미는 자신의 초승달 섬 풀 숲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지요.
사진은 찍지 않고 그 모습을 잠깐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7시를 좀 넘긴 반 시간이라서 섬으로 돌아와 잠잘 준비를 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 비소식이 있는데 바미가 먹이 구하기가 어렵겠구나, 싶네요.
섬에서 지내기도 힘들 것 같구요. 특히 내일은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고 하니까요.
별일 없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