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4. 11:35ㆍ동네에서 만난 식물/하천가
봄날, 가끔씩 멀리 산책을 다녀오곤 했는데요, 철로가 놓인 다리 아래를 지나서 하천가가 내려다 보이는 길가에 앉아서 잠시 쉬다 오곤 했지요.
철로를 지나는 전철이나 기차 소리가 너무 커서 다리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거든요.
길가에 앉아서 하천을 내려다 보면 그다지 볼 거리는 없답니다.
게다가 비가 오질 않아 가문 나날이 이어져서 하천물이 바짝 말라붙어 있었지요.
가끔 야생오리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앉아 있는 곳 바로 근처에서 자라는 나무가 내 눈을 잡았습니다.
잎의 톱니가 불규칙하고 전체 모양은 세모꼴인데, 잎의 끝은 뾰족하게 빠졌습니다.
자잘하게 핀 흰 꽃이 사랑스러운 나무.
어디선가 많이 본 나무였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았어요. 어디서 봤더라...?
날씨가 흐린 탓에 자동 카메라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져서 아이폰으로 촬영해보았습니다.
하얀 꽃잎이 다섯 장인 흰 눈, 꽃잎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은 노란 수술.
새로난 가지가 붉습니다. 오래된 가지는 회색빛을 띄구요.
5월 초의 이 나무는 아직 꽃이 완전히 만개하질 않아 꽃봉오리도 많이 보입니다.
벌들이 꿀을 모으기 위해 꽃을 둘러싸고 분주하네요.
이날 이 익숙한 나무가 무엇인지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집에 가서 식물도감을 보고서야 기억이 되살아났지요.
바로 국수나무. 동네 산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동네 산을 오르지 못한 지가 벌써 3년째네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2019년 11월 중순부터 산을 찾지 못했으니 이 나무를 만나지 못한 것도 제법 오래된 일이지요.
그래서 쉽게 이 나무를 떠올리지 못했나 봅니다.
국수나무는 장미과 나무로 숲 가장자리에서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5월에 작은 흰 꽃이 원추꽃차례로 모여 핍니다.
하천가의 국수나무는 5월 중순에 꽃이 만개했습니다.
나무의 가지는 끝이 아래로 처집니다.
나무의 가지를 잘라 가운데를 밀면 흰 국수가락처럼 밀려나와서 '국수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가 어떻게 하천가에 자리를 잡았는지 궁금하네요.
낮기온이 30도를 넘어가고 햇살이 강해지면서 이곳으로 산책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못 본 지도 제법 되네요.
지금쯤은 꽃이 다 지고 열매가 맺혔겠지요. 가을에 익은 열매를 보러 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