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2. 12:08ㆍ영상/생태계
<시간의 숲>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2012년도 영화이니, 벌써 5년 전 작품이지요.
그 시절에 나온 한국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2011년 가을부터 2012년 봄까지 브르타뉴에 머물고 있었거든요.
다큐는 배우 박용우의 리듬을 따라갑니다.
그는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일본의 가고시마 남단 야쿠시마 섬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일본배우 타카기 리나와 함께 열흘간 여행합니다.
상상의 생명체들을 탄생시킨 브르타뉴의 이끼낀 숲만큼이나 야쿠시마의 숲도 신령스러운 존재들을 상상케 합니다.
브르타뉴의 숲은 오늘날 훼손되었지만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야쿠시마의 숲은 아직도 건재한 듯합니다.
이 다큐가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조몬스키, 7200살 되었다는 바로 그 나무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살아 숨쉬는 숲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나무와 숲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야마오 산세이의 글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다큐에서는 야마오 산세이를 시인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그를 철학자라고 말합니다.
한 때 그의 생각과 삶을 가능하게 했던 야쿠시마, 언젠가 그 섬에 가보리라 생각했었지요.
아직도 그 섬에 가보지 못하고 있는 중에
[시간의 숲]이란 다큐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박용우의 리듬에 따라 펼쳐지는 영화는 잔잔하고 느립니다.
영화 속의 숲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원령공주의 숲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숲입니다.
박용우는 12월말부터 1월초까지 열흘간 머무는 동안 조몬스키를 만나고 싶었지만
결국 변화무쌍한 일기로 인해 산을 오르는 도중 포기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리나는 혼자서 조몬스키를 만나러갑니다.
영상으로 바라보는 데도 나무의 나이가 마음 속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토록 긴 세월을 살아낸 생명체라니...
리나는 할아버지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나이든 존재라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조몬스키를 한 번 만나고 싶네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