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0. 10:05ㆍ동네밖 식물
그저께는 양주시에 있는 불곡산을 찾았습니다.
암릉으로 유명한 산이라고 하는데, 처음 찾은 산이었지요.
백화암을 향해 포장된 길을 조금 오르다가 오른편의 등산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처음 본 예쁜 진분홍빛 꽃송이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파리가 넓은 달걀형인 이 나무는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일까요?
마주나기로 잎이 자랍니다.
진분홍꽃잎이 입을 다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그런데 진분홍빛 꽃잎이 벌어진 곳으로 까맣고 동그란 것이 보입니다.
열매인 듯한데요.
집에 돌아와서 도감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틀에 걸쳐 틈틈히 살펴보다가 드디어 좀전에 이 나무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편초과의 누리장나무입니다.
진분홍빛을 띤 것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누리장 나무의 꽃은 흰색으로 산을 오가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참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그런데 꽃받침도 열매도 모두 사랑스러워서 눈길을 사로잡네요.
열매가 잘 익으면 남보라빛, 청자색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게는 검은 빛으로 보였습니다.
7월에 꽃봉오리를 만들고 8월에 흰꽃이 피는데,
그 흰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진분홍빛 꽃받침이 남아 입을 꼭 다물고 아직 검보라빛 열매를 내보이지 않는 어린 열매상태가 이어지다가
가을철 그 오무라진 꽃받침을 벌리고 짙은 빛깔의 열매를 한 알씩 선보이는 것이 누리장 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뻤습니다.
열매와 꽃이 특이해서 다들 좋아하지만
잎을 만지거나 줄기를 꺾으면 누린내가 나서 싫은 나무,
그래서 그 이름이 누리장나무라고 지어졌다는 이야기.
한번 잎을 만져볼 것을 그랬나 봅니다.
다음 기회에 누리장 나무를 만나면 잎을 꼭 만져봐야겠다 싶네요.
그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봄과 여름에는 누리장 나무 근처에만 가도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목요일 산에 갈 때 누리장 나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