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다, 기장!(농123 시리즈 9)

2018. 7. 21. 15:1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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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들이 말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날 바로 수퍼에 들렀지요.

그리고 '조'를 사자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수퍼에 가보니 조는 생각보다 너무 알갱이가 작네요. 

그래서 기장을 사기로 했습니다. 

어떤 곡식의 굵기를 오리가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대로 정했지요. 

오리의 입에 살짝 물려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오리가 이빨이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곡식알갱이가 너무 크면 소화에 안 좋을 것 같고 좀 작은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너무 작으면 넓은 부리로 먹기가 쉽지 않을것 같았어요. 

기장 500그램에 5천원이 넘군요. 최상품이라고 하니 오리에게도 좋겠지 생각했습니다.


친구는 기장을 쟁반에 담아서 주라고 합니다. 마치 개나 고양이 먹이를 주듯이 말이지요.

하지만 겁 많은 오리가 과연 쟁반까지 와서 먹이를 먹을까요?

또 부리가 쟁반에서 기장을 먹기가 불편하지는 않을까요?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쟁반도 챙겼습니다. 

오리는 우리 근처까지는 다가왔지만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려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오리는 영리하네요! 먹이를 준다고 아무에게나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생존에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요!

그래서 친구의 쟁반 아이디어는 포기.

오리가 있는 쪽 물 속에 기장을 던져주었습니다. 

오리가 잘 먹네요!

오리에게 기장을 던져주는 즉시, 오리들이 기장을 냠냠냠 먹습니다. 

일부는 물 속에 가라앉고 일부는 물살에 떠내려가고 일부는 오리가 먹고.

왼쪽부터 농2, 농3, 농1. 

농3가 먹는 데 제일 적극적입니다. 

그리고 농1은 덜 적극적이구요. 

오리는 우리가 그들로부터 좀더 떨어지니까 기장을 준 곳에 좀더 적극적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열심히 먹었습니다.

친구는 기장을 먹는 오리를 귀여워하며 금방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다음날, 오리에게 기장을 어떻게 줘야 할지 조금 익힌 우리는 

이번에는 쟁반 없이 그냥 기장만 챙겨서 집을 나왔습니다.

아... 오리가 보입니다. 

사진 속에서는 오리가 움직여서 잘 안 보이지만 오리가 등장합니다. 찾아보셔요!

평소 먹이를 주는 곳으로 갔더니 오리가 우리를 대환영한다는 듯이 '꽥꽥' 거리며 급히 헤엄쳐서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기장을 좀더 바위와 가까운 곳에 주려고 애썼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가는 기장이 아까워서요.

그런데 그리도 반갑게 다가왔지만 바위 위에 서서 기장을 바위와 가까운 물속에 던져주니까 

오리들이 모른 척 멀어집니다 .

우리가 바위를 완전히 떠났을 때야 비로소 오리들이 바위에 있는 기장, 물속의 기장을 맛있게 먹네요.

역시 사람과 너무 가까운 곳에 모이가 있으면 맛있게 보여도 좀 참는 것이 생존의 지혜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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