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9. 08: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월요일에 이어 화요일까지 하천가 오리들를 만나서 나갔습니다.
4일동안 먹이를 이어서 주고 3일은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록 태생이 집오리지만 야생에서 살아가려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녁때마다 먹이 주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먹이구하기를 게을리하는 오리들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리집 근처 돌다리를 건너는데 오른편으로 흰뺨 검둥오리들이 보입니다.
이 오리들은 우리 하천에 터를 잡고 사는 터오리들인데 그사이 잘 보이질 않더니, 이날은 하천 여기저기서 눈에 띠더군요.
돌다리 왼편에도 홀로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흰뺨 검둥오리가 보입니다.
오리집 근처입니다.
오리들은 어디 있는 걸까요?
기장을 주는 곳에서 보니 오리들의 첫번째 집인 섬에서 농3과 농2가 꽥꽥거리면서 우리에게 반갑게 다가옵니다.
농1은 우리들의 두번째 집인 새로 형성된 섬에서 출발하네요.
왜 농1과 농23은 서로 다른 곳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농2와 농3가 커플이고 농1은 아닌 걸까요?
야생 거위의 경우, 커플은 둘일 수도 있지만 셋일 수도 있다고 하니까,
같은 오리과의 오리들도 비슷한 생리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농123가 트리플 커플일 수도 있고,
농23가 커플일 수도 있겠지요.
지금까지는 트리플 아닐까? 생각했는데,
농23가 커플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친구는 오리들에게 서둘지 말고 먹으라면서 훈계를 하면 지켜봅니다.
오리들이 사람말을 알리가 없지만요.^^
전날보다는 좀더 차분한 모습을 보입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괴로운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이 날도 농3는 농1에게 부리 위협을 당했지만
꿋꿋이 식사를 계속합니다.
농3은 성격이 명랑하고 도전적이고 꿋꿋함이 있는 오리로 보입니다.
다만 덜 신중해서 사람들에게 잡힐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긴합니다.
오리들은 우리의 움직임에도 민감합니다.
친구가 발걸음소리를 내면 금방 먹는 것을 중단하고 먹이에서 멀어지곤 했습니다.
지금도 경계심을 완전히 늦추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전보다는 조금 덜 놀라는 것 같네요.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뜻이겠지요.
이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는 않아, 하구요.
하지만 야생오리가 되려면 사람들을 경계하길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오리들이 열심히 식사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는 멀찍이서 오리들을 지켜봅니다.
먹이를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잘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면 먹이주기를 줄일 생각입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이요.
우리의 두번째 집인 섬에서 흰뺨검둥오리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야생오리인 흰뺨검둥오리는 사람 따위에는 신경도 쓰질 않습니다.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확실히 알고 있을테니까요.
야생오리도 집오리도 아닌 중간즈음에서 살아가는 농123는 과연 야생오리로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집오리는 청둥오리를 개량해서 가축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청둥오리와 닮은 점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원래 제가 추측했던 것과 달리, 농1과 농3가 숫컷이고, 농2는 암컷일까요?
농2가 청둥오리 암컷과 더 닮아보이니까요.
아니면 셋 모두 암컷일까요?
셋 모두 암컷이라면 아쉬운 일이지만 새끼 오리를 볼 기회는 없겠지요.
숫컷이 있다고 해도 집오리들은 새끼오리를 부화시키는 능력이 퇴화되서 새끼오리를 태어나도록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고 볼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