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2. 14: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제주도에 다녀오느라 3일동안 하천을 찾지 못했고 9월 4일에서야 다시 하천가에 나갔습니다.
더위가 한풀 꺽인 요즘, 하천오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여러 새들을 만나게 됩니다.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대백로도 보이는군요.
오리집 근처의 풀들은 아직 다 일어서질 못했지만 돌다리는 모두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쓰러진 풀을 보니 농3이 생각나네요.
농3이 올여름 무더위를 피해 숨어 있던 풀이라서 그런지...
새로 만들어진 섬이 제법 넓게 펼쳐졌습니다.
평소 기장을 주던 바위 근처의 새로 생긴 섬과 오리섬1이 곧 붙어서 넓은 섬이 될 것 같습니다.
오리섬 1에 오리들이 없으니 오리섬 3에서 머물고 있겠지요.
오리들이 즐겨 먹는 한삼덩쿨의 생생한 모습이 눈에 띱니다.
얼마나 우리를 기다렸는지 오리들은 벌써 오리섬3을 벗어나 달리듯 헤엄쳐서 뭍으로 올라옵니다.
지난 3일동안 굶었는지 허겁지겁 기장을 먹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네요.
하천오리들은 먹이를 찾는 법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친구는 이 오리들을 '바보오리'라 부릅니다.
오리들이 먹이를 먹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다 오리섬3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오리가 보이네요.
알락오리 같습니다.
요즘 우리 하천에서 부쩍 알락오리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오리들이 먹는 일에 집중하는 동안, 하늘을 보니 구름이 두텁습니다.
제주도의 구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서서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지는 햇살에 비친 나무들, 푸른 하늘을 가린 구름... 아름답네요.
오리들이 기장을 거의다 먹었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긴 모습입니다.
마침 그때 어린 알락오리 한 마리가 주변을 배회합니다.
농3이 행방불명 된 이후 이 어린 알락오리가 농1과 농2 근처에서 오가네요.
알락오리는 농1과 농2가 먹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홀로 헤엄쳐 풀숲에서 뭔가 먹이를 구합니다.
저렇게 어린 데도 스스로 먹이를 구해먹는 야생 오리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부럽네요.
다시 알락오리는 유유히 헤엄치며 다닙니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농12와 비교하면 너무 느긋해보입니다.
농1과 농2의 저녁식사는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쉬었다 먹었다 하네요.
저녁식사가 끝이 났나 봅니다.
알뜰하게 잘 먹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이제 식사가 끝났으니 헤엄을 치면서 가벼운 운동도 하고 깃털도 고르겠지요.
농1과 농2가 인사도 없이 식사가 끝나니 헤엄쳐 떠납니다.
우리도 자리를 뜹니다.
돌다리를 건너 반대편쪽으로 가서 숨어 농1과 농2를 살펴보았습니다.
식사 후의 하천오리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여 좋군요.
돌아오는 길에 새로 생긴 섬 위에 서 있는 백로를 만났습니다.
자태가 아름다운 새입니다.
이제 하늘에는 붉은 빛이 감돕니다.
노을과 더불어 하루 해가 기웁니다.
하나 둘 아파트의 불빛이 떠나간 햇살을 대신합니다.
저녁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고
배고픔을 면한 오리들도 어제보다는 한결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