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8. 22:56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이틀째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리들이야 여름보다는 겨울이 당연히 지내기가 좋겠지만 새벽에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나날이 계속되니 걱정이 되네요.
풀들도 모두 얼어붙었을테고, 물밖으로 발내밀기도 힘든 나날들이겠지요.
그렇다고 물 속에 계속 발을 담그고 지낼 수도 없으니까요.
지난 일요일날 기장을 들고 가지 않았더니 덕맘을 알아보지 못했던 오리들,
그 기억이 나서 기장부터 챙겼습니다.
그리고 누룽지와 지난 번에 주고 남은 찐 단호박도 챙겼지요.
유기오리 커플이 지낸 곳에 이르렀을 때 오리들이 어디 있나 둘러보면서 서 있으니까 벌써 오리들이 잽싸게 헤엄쳐 옵니다.
그런데 오리커플 주변에 청둥오리 수컷 한 마리가 다가오네요.
지난 번에는 흰뺨검둥오리가 오리커플 먹이주는 곳에 죽치고 앉아 있더니,
이번에는 청둥오리가 오리커플의 먹이를 탐냅니다.
일단 청둥오리는 무시하고 유기오리커플에게 누룽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이 오리들도 점차 몸집차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오리의 몸집이 좀더 크고 기운도 좋네요. 상대적으로 다른 오리가 누룽지 먹기 경쟁에서 좀 처집니다.
오리들은 누룽지를 먹고 기운을 내서인지 곁에 있는 청둥오리에게 텃세를 부리네요.
좀더 힘센 유기오리가 청둥오리를 내쫓습니다.
농1이 야1을 내쫓는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유기오리커플을 놓고 다시 오리 세 식구를 찾아갔더니 역시나 오리들이 금방 알아보고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기장을 조금 챙겼어요.
혹시나 남기면 비둘기떼가 몰려올 것이고 그러면 오리들에게 먹이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농1은 여전히 야1에게 텃세를 하고 눈치를 주고 야1은 눈치를 보면서 이러저리 옮겨다니며 기장을 먹습니다.
익숙한 풍경이라 마음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네요.
그러고 보니 땅과 물이 만나는 경계부분이 좀 얼었습니다.
농2가 기장을 먹다 미끄러집니다.
농1이 야1을 내쫓으니 야1이 도망치다 얼음 때문에 미끄러집니다.
오리들이 얼음을 딛고 기장을 먹는데, 정말 발이 시려울 것 같네요.
겨울에는 발이 시려서 물밖으로 잘 나오질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기장을 먹겠다고 얼음을 딛고 기장을 먹는 농1의 인내심이 놀랍습니다.
그만큼 배가 고프다는 뜻이겠지요.
이미 두 번 미끄러진 농2는 물 속에 발을 담그고 기장을 먹습니다.
주변에서 기장을 기웃거리면서 땅으로 올랐다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오가는 야1이 얼음에서 계속 미끄덩미끄덩하며 미끌리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농2도 기장을 열심히 먹습니다.
농1은 제일 열심히 기장을 먹고 있네요.
야1은 벌써 멀리 물 속에 들어가서 날개짓을 하면서 먹기를 좀 포기한 듯 보입니다.
오리들이 기장을 모두 먹을 때까지 가져온 누룽지와 단호박은 주지 않을 생각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야1이 다시 와서 땅으로 올라와 기장을 먹을 기회를 노립니다.
앗! 야1 곁에 누군가 깨어둔 소주병과 검정비닐이 놓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난 일요일 누군가 오리가 기장을 먹는 물 속에 소주병을 깨서 검정비닐과 함께 던져놓은 것을 발견하고
제가 오리들이 발을 다칠까봐 땅 위로 끄집어올려둔 것입니다.
오늘 그것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입니다.
도대체 왜 곱게 술을 마시고 뒤처리를 하지 않는 걸까요?
야1이 떨어져서 기장을 먹으려 애써봅니다.
청둥오리 커플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네요.
오리 세 식구가 무얼 먹나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농2를 위시해서 농1까지 갑자기 덕맘인 친구를 향해 걸어나옵니다.
기장 말고 다른 것 줘!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주지 않으니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네요.
주변의 오리들, 청둥오리 커플, 흰뺨검둥오리까지 오리 세 식구 가까이 다가옵니다.
야생오리들도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우리 오리들이 뭔가를 먹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까요.
특히 왼편의 흰뺨검둥오리는 오리들이 먹고 있는 기장이 물 속으로 흘러내려가는 것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흰뺨검둥오리는 기장이 흘러내려오는 주변을 오가며 기장먹기에 동참합니다. 영리한 오리네요.
오리들이 기장을 먹다말고 자리를 떠나 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얼음 위를 밟으니 너무 발이 시리고 땅이 얼어붙어 부리도 시려서 물 속으로 가나보다 생각하고 안 된 마음에
기장을 모두 먹으면 주기로 한 단호박을 물 속으로 던져주었습니다.
역시 농1이 단호박은 제일 좋아하고 잘 먹네요.
야1도 열심히 거듭니다.
하지만 역시나 농2는 잘 먹질 않았습니다.
단호박을 다 주고 난 후 이번에는 누룽지를 친구가 물 속에 뿌려주었습니다.
농2는 누룽지를 정말 좋아합니다.
물론 농1도 좋아하고 야1도 먹긴 하지만요.
작은 조각난 누룽지를 찾아 물 속을 뒤지는 오리들입니다.
오리들이 단호박과 누룽지를 모두 먹었을 때,
친구가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추우니(영하 8도) 오리들이 기장 먹기가 힘들겠다면서
기장을 물 속으로 넣어주기로 하고
그 틈에 저는 이 소주병 유리조작과 검은 비닐 봉지를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농1과 농2가 다시 기장을 먹으러 돌아와서 잠시 지켜보기로 했지요.
야1은 기장은 좀 포기한 듯 보입니다.
오리섬5도 물가는 얼어붙은 듯하네요.
물가의 얼음이 제법 넓게 얼어붙었습니다.
한파는 한파네요.
오리 세식구가 사는 곳에는 청둥오리들이 유난히 많아보입니다.
친구는 오리들이 없는 틈을 타서 기장을 물 속으로 밀어주려고 하다가 오리들이 더는 기장을 먹지 않고 다른 것을 달라고 조르는 이유를 알아챘습니다.
오리들이 기장을 먹을 때 물에 적셔서 먹는데
그래서 한파가 심한 오늘같은 날에는 기장이 그 물과 함께 땅바닥에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리들은 사실 기장이 얼어붙어 더는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곁에서 유리조각을 제거하는 나도 유리조각이 몇 개는 단단히 땅에 얼어붙어 도저히 제거할 수 없어서 그대로 둬야했습니다.
남은 일부는 날이 풀리고 난 뒤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기장을 물 속에 넣어주길 포기하고 주변의 소리쟁이를 따와서 오리들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오리들이 던져준 소리쟁이를 찢어서 조금 먹어보네요.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장도 충분히 먹지 못한 오리들,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는 소리쟁이 이파리를 좀더 따서 오리들에게 던져줍니다.
오늘은 오리들에게 먹이를 충분히 주지는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일요일날 다시 가서 먹이를 주기로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오늘 배운 교훈은 낮도 영하인 날에는 오리들에게 기장을 주더라도 기장이 땅에 얼어붙어 오리들이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물 속에 먹이를 던져줘야 한다는 사실두요.
하지만 오리들이 덕맘을 알아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장을 챙겨가기는 해야 하니,
기장은 오리들에게 덕맘을 인식시킬 정도 챙기고, 누룽지나 삶은 멸치를 준비해서 겨우내 먹여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낮에는 잠시라도 영상기온으로 오른다고 하니 그때는 남은 기장을 오리들이 먹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물론 비둘기가 먼저 먹어치울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