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요구, 배고파 더 줘~(하천오리 시리즈76)

2019. 1. 13. 12:51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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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지켜보니, 겨울철은 오리들이 지내기 나쁘지 않은 계절 같습니다.

오히려 여름철이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 분명하네요. 

사람들의 눈으로 오리들의 삶을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5일 토요일날,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러 갔습니다. 

우리 집에서 유기오리 커플이 지내는 곳이 더 가까워 오리 세식구를 만나기 전에 유기오리 커플부터 살펴보게 되는데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유기오리 커플은 달려오듯 헤엄쳐 옵니다. 

이 오리들을 부를 필요가 없어요.

버려진 이후로 이곳에 누군가 서서 자신들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이 지난 여름부터 학습이 되서 

일단 누군가 서 있으면 '먹이를 줄지 몰라'하고 다가오는 것이지요.

꽥꽥꽥 하면서 '먹이줘'하고 의사표시를 하면서요.

물론 먹이를 주지 않으면 포기하고 금방 되돌아갑니다.

오리들이 학습되는 동안 덕맘도 더불어 학습이 됩니다. 

오리들은 가마우지처럼 오랫동안 깊이 잠수할 수 없으니까 먹이를 던져줄 때 얕은 물에 던져줘야 오리들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기오리커플이 쉽게 던져주는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얕은 물에 던져주면 물 속에 빠진 것도 잘 찾아먹을 수 있지요. 

이 오리들에게는 누룽지만 던져줍니다. 

사람들이 던져준 과자에 익숙해져 있어서 말이지요.  

오리들이 누룽지를 먹는 동안 근처까지 다가온 청둥오리 암컷.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옵니다. 

청둥오리 수컷은 멀리 머물러 있네요. 

유기오리들이 열심히 던져주는 누룽지를 먹는 동안 청둥오리 암컷은 계속해서 호기심을 보이고 

멀리 청둥오리 수컷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떨어져 있는 풍경입니다.

한참 누룽지를 먹다보면 이렇게 흙탕물이 일어서 바닥이 보이질 않게 됩니다. 

그러면 오리들이 바닥에 떨어진 누룽지는 먹을 수 있게 되지요. 

흙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흙이 가라앉는 동안 다른 쪽에 누룽지를 던져줍니다. 

위치를 바꿔서 주면 오리들이 누룽지를 잘 찾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노을이 지는 시간이라서 사진 속 풍경이 아름답네요. 

지는 햇살의 노란 빛이 따사로운 느낌마저 줍니다. 

청둥오리 수컷이 빛 속에 젖어 있습니다. 

오늘따라 덕맘의 패션이 너무 붉어서 오리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들의 세계에는 이렇게 붉은 깃털을 뒤덮고 있는 새는 없을테니까요. 

이제 오리 세식구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백로떼들이 여전히 눈에 띱니다.

올해는 정말 백로가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한 두 마리 겨울철에 머물던 백로들이 해를 거듭하면서 새끼를 번식해서 이렇게 많아진 것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보았습니다. 

오리섬3 근처에 왜가리 한 마리가 온통 몸을 움츠린 채 가만히 있습니다. 

왜가리는 군집생활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 홀로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근처에 농1이 보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청둥오리들이 많아졌습니다. 

농1과 농2가 다가옵니다. 근처의 청둥오리 암컷들도 주위를 배회하네요. 

평소 기장을 주던 곳이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인데, 그 사이 하천물이 줄어들어 그 앞으로 길쭉하게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오리들이 덕맘을 보고 달려와서는 일정거리를 두고 멈췄습니다. 

덕맘이 앞쪽으로 이동해서 바닥이 드러난 곳 앞 물가에 기장을 뿌려주니 오리들이 다시 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물 속으로 물러났습니다. 

기장을 뿌린 후 덕맘이 거리를 두고 뒤로 후퇴하니 그제서야 오리 세식구가 다가와서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언제봐도 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야1까지 끼어서 먹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야1이 금방 자리를 피합니다. 

기장을 넓게 펼쳐주지 못하면 유기오리들의 텃세로 그 틈에 야1이 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야1은 잠시 자리를 피하고 눈치를 봅니다.

야1이 어느 틈엔가 다가와서 다시 기장먹기에 동참합니다. 물론 농1을 경계하느라 아주 가까이 끼여서 먹지는 못합니다.

갑자기 기장을 먹다 말고 농2가 성큼성큼 덕맘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런 일은 가끔씩 있는 일입니다. 제공된 먹이가 적을 때 말이지요.

이 날 기장을 아주 조금밖에 주질 못했거든요. 

누룽지와 멸치를 충분히 주려구요. 

그랬더니 농2가 기장이 적다고 더 달라고 조릅니다. 

항상 농2가 앞장서서 먹이를 더 요구합니다. 가끔은 농2를 따라 농1까지 요구를 할 때도 있구요.

먹이를 더 달라고 해보고 주지 않으면 농2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누룽지를 주려고 기장을 좀더 잘 찾아먹길 바래서 바로 주지는 않았습니다. 

야1은 농1과 농2의 눈치를 보면서 주위를 배회하면서 기장을 먹어보려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다시 자리를 뜹니다. 

야1이 멀리 떨어져 있네요. 

농1과 농2도 기장을 어느 정도 먹었나 봅니다. 

자리를 떠납니다. 

누룽지를 뿌려주니 농1과 농2는 열심히 먹지만 야1은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농1과 농2의 식사를 계속 되고 야1은 보이질 않습니다 .

주변에 청둥오리 커플만 오락가락 하네요.

야1은 떨어져서 무얼 먹고 있는 걸까요?

야1이 통통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홀로 여러 먹거리를 잘 찾아먹고 있나 봅니다. 

모두 먹었는지 오리들이 자리이동을 합니다. 

농2와 농1이 야1 곁으로 가네요. 

식사 중에는 그리 텃세를 하더니 또 야1을 아주 모른 척 하지는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유기오리들, 야1, 그리고 청둥오리들이 서로 어우러져 저녁을 맞습니다. 

멀리 왜가리는 여전히 홀로 우두커니 움츠리고 있네요. 


가져온 멸치도 주고 우리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비둘기에게 기장을 뺏기지 않으려고 기장을 주지 않으려다 기장을 주지 않으면 덕맘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기장을 주되 비둘기들이 식사를 하지 않는 시간대, 즉 해지기 전에 먹이를 주기로 한 결정, 잘 한 결정 같습니다.

비둘기와 먹이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오리들이 평화로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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